변화무쌍한 현대의 ‘한글 서예’, 어떻게 변했을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오주현 기자
dhwnus@snu.ac.kr

 

어린 시절 서예를 배웠던 기억, 꼭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꼭 서예 학원에 다니지 않았더라도 학교 미술 시간에 붓과 먹, 벼루를 가지고 서예 실습을 해본 경험이 대부분 있다. 우리에게 꽤 친숙하게 다가오는 ‘한글 서예’. 과연 언제부터 대중화된 것일까?


‘한글 서예’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현대의 한글 서예는 해방 이후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억압받던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서예가들의 수는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으로 인해 정체되었던 우리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서예를 부흥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언론에서 전문서예가들의 수상 소식을 크게 보도하게 되면서 일반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서예 인구가 늘어나게 되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전문적인 서예가가 급속히 증가하여 수천 명에 이르렀고, 서예를 배울 수 있는 서예 서숙(글방)과 학원이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글 서예의 ‘어제’와 ‘오늘’ - 20세기 후반과 21세기의 한글 서예

해방 후 전문서예가가 등장하고 서예 교육이 널리 확산되면서 20세기 후반에는 1991년 계명대학교, 1997년 대전대학교 등 각종 대학에서 ‘서예과’가 창설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주로 ‘고체’, ‘궁체’와 같은 한자 필법으로 쓰는 한글 서예가 대부분이었다. 다소 딱딱하고, 정석적인 느낌을 주는 필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경제 지상주의와 세계화로 인한 영어교육 열풍, 정보화, 스포츠 열기 등으로 인해 서단(서예계)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단의 위축과는 별개로 서체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게 되었다. 기존 전형적인 네모꼴에서 벗어나, 소위 ‘캘리그라피’나 문자 추상까지 시도되며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글자꼴이 나타나고 있다. 문자 추상이란, 글자 자체가 가진 조형적 요소를 활용한 추상화를 의미하며, 국내에서는 고암 이응노 선생의 문자 추상이 잘 알려져 있다.

문자 추상(Letter Abstract), (이응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주최, <한글 서예의 어제와 오늘>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된 전시 <한글 서예의 어제와 오늘>

 

이는 굉장히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변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있어 다녀왔다. 10월 12일부터 11월 2일까지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된 <한글 서예의 어제와 오늘>이다. 본 전시에서는 1992, 1993년에 제작된 69점의 작품과 2017년에 제작된 43점의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여 작품 경향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제’는 궁체를 주축으로 고체와 한자 필법의 한글 서체가 뚜렷이 구분되어 구사되고 있다. 한편 ‘오늘’은 영역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작품이 다양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궁체, 고체, 캘리그라피, 가로쓰기, 색채, 추상실험까지 다채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도 25년 사이에 작품 경향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한글 서예가 고정불변의 일정한 네모 틀 안에서 필획의 크고 작음, 가늘고 굵음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경향을 보였다면, 이제는 네모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더 일상적인 내용이 작품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물같이 바람처럼(현병찬, 2017)

 

이러한 한글 서예의 변화 모습에는 오늘날 개성이 존중되고 다원화된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는 듯하다. 기존의 딱딱한 틀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마다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한글 서예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추세라면, 딱딱하게 느껴졌던 한글 서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다시 친근하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한글 서예’ 전성기가 다시금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한글이 다양한 예술적 소재로 쓰이고 있는 가운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한글 서예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된다.


[참고문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 서예문화의 역사』, 2011]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