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09]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서는 낱말의 둘째음절 이하에서 ‘오’가 ‘우’로 변화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가령, ‘복숭아 도(挑)’ 자를 써서 ‘호도’, ‘자도’로 불리던 말들이 ‘호두’, ‘자두’로 변한 것이라든가, ‘풀 초(草)’ 자를 써서 ‘고초’라 했던 것을 ‘고추’라고 하는 것이 그러한 경우이다. ‘호도과자’는 ‘호두과자’로 써야 바른 말이 되고, ‘단촐하다’는 ‘단출하다’로 바뀌었다. 이러한 모음 변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88년 어문 규범을 정비할 때에, ‘깡총깡총’을 ‘깡충깡충’으로, 또 ‘쌍동이, 귀염동이, 막동이’ 같은 말들을 ‘쌍둥이, 귀염둥이, 막둥이’로 표준말을 정하였다. ‘오똑이’도 ‘오뚝이’로 써야 표준말이 된다. 모두 ‘오’가 ‘우’로 변천해 온 우리말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오’ 모음 외에 ‘이’ 모음이 ‘우’로 변화한 경우도 더러 눈에 띈다. ‘상치’가 ‘상추’로 자리잡은 것이라든가, ‘미싯가루’의 표준말이 ‘미숫가루’로 정해진 것들이 그러한 사례이다. 명사뿐만 아니라 동사에서도 ‘지리하다’가 ‘지루하다’로 변한 것처럼 비슷한 예들이 보인다. 그렇다고 둘째음절 이하의 ‘오’와 ‘이’가 모두 ‘우’로 변한 것은 아니다. 이미 발음이 굳어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들에 한하여 굳어진 대로 표준말을 정한 것이지, 이것이 무슨 규칙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조금’은 많은 사람들이 ‘부주금’으로 발음하고 있어서 역시 ‘오’가 ‘우’로 바뀐 듯하지만 표준말은 여전히 ‘부조금’이다. ‘사둔’이나 ‘삼춘’도 본래의 형태대로 ‘사돈’, ‘삼촌’이 바른 말이다. 그런가 하면, “부부간에 금슬이 좋다.”고 할 때에는 ‘금슬’을 ‘금실’로, 오히려 ‘이’ 모음으로 써야 표준말이다. 이런 점들을 잘 살펴서 말글살이를 한다면 혼동을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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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