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06]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는 흔히 “즐겁고도 기쁜 주말”, “사랑은 즐겁고도 기쁜 것” 들처럼 말하고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분명히 ‘즐겁다’와 ‘기쁘다’는 다른 낱말이다. 그런데 사전에서 찾아보면, ‘즐겁다’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로 나와 있고, ‘기쁘다’는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로 풀이되어 있다(<표준국어대사전>). 도무지 이 풀이들만 가지고는 두 낱말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낱말의 쓰임새는 일상생활에서 뚜렷하게 구별되고 있다. 가령, “직장인들에게 10월은 휴일이 많아 즐거운 달이다.”를 “직장인들에게 10월은 휴일이 많아 기쁜 달이다.”라고 하면 매우 어색해진다. 반면에, “아이가 뜻밖의 선물에 언뜻 기쁜 표정을 지었다.”를 “아이가 뜻밖의 선물에 언뜻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라고 말하면 이 또한 자연스럽지 않다.

 

두 낱말의 차이는 ‘즐겁다’란 말을 잘 이해하면 금세 드러난다. ‘즐겁다’는 ‘즐기다’와 뿌리가 같은 말이다. 곧 ‘기쁘다’가 좋은 기색이 잠깐 드러나는 것에 비해, ‘즐겁다’는 그러한 마음 상태가 잠깐 나타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지속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즐거운 하루’, ‘즐거운 여행’, ‘즐거운 생활’ 등과 같은 말들을 잘 새겨 보고, 이 말들을 ‘기쁜 소식’, ‘기쁜 선물’이라는 말과 비교해 보면, ‘기쁘다’와 ‘즐겁다’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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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