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래어, 그리고 우리

- 외래어 특집 ③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남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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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이 단절된 지 60년이 넘어가면서 남한과 북한의 말이 많이 달라졌다. 얼음보숭이는 아이스크림, 가락지빵은 도넛을 이르는 북한말이다. 북한말에 대해 어느 정도 알려져서 이 두 단어를 아는 사람이 많지만, 처음 들으면 무엇을 지칭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스크림과 도넛을 우리말로 참 재치 있게 표현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북한은 우리말의  묘미를 잘 살려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받아들였다.

 

북한의 외래어, 어떻게 다른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남한에서는‘아이티(IT)’라고 칭하고, 북한에서는 ‘전자통신’이라고 한다. 남한에서 ‘쇼(show)’라고 통칭하는 말도 북한에서는 ‘공연’, 혹은 ‘구경거리’라고 말한다. ‘다다미’와 같이 일본 고유의 문화에 관한 용어도 ‘누비돗자리’로 바꾸어 사용한다. 이외에도 ‘드리블’을 ‘두 번 몰기’로, ‘시나리오’를 ‘영화문학’이라 한다. ‘아치문’을 ‘무지개문’으로 부르는데, 원래의 외국어보다 훨씬 더 예쁘게 바꾸어 쓴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외래어 절대 금지인가?
김일성과 김정일이 내린 외래어에 대한 지침을 보면 ‘될 수 있는 대로 외래어(외국어)를 쓰지 말고 우리나라 말을 쓰도록 한다. 하지만 외래어를 다 없앨 수는 없으므로 외래어를 어느 정도 쓰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얼마간은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무조건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television’은 남한에서는 텔레비전, 혹은 약어인 티비라고 지칭한다. 북한은 이를 ‘색텔레비’, ‘텔레비죤’이라고 칭한다. 비교적 영어와 비슷하다. 국제연합인 ‘UN’은 남북 모두 영어 발음인 ‘유엔’이라고 칭한다. 입을 가리는 마스크(mask)도 마스크로, 호텔(hotel)을 ‘호텔’로, ‘카메라(camera)’ 또한 ‘카메라’라고 지칭한다. 스포츠 중계에서도 공이 골대에 들어가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라고 ‘골!’이라고 한다.

 

 

‘얼음보숭이’는 ‘북한말’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하지만 실상 북한에서는 ‘얼음보숭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에서 아이스크림은 ‘에스키모’로 북한에서 유통되는 아이스크림의 상품명을 그대로 썼다. ‘얼음보숭이’라는 순화된 말이 보급되었음에도 불구, 언중에 의하여 외래어가 선택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우리의 미래
북한이 외국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우리말로 바꾼 것을 처음 접하면 당황스러운 느낌과 함께 약간 억지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외국어를 굳이 우리말로 바꾸어서 받아들이는 북한의 외래어 수용 방식이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쇼’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북한에서 사용되는 대로 ‘공연’이나 ‘구경거리’라고 해도 충분히 의미가 통한다. 또 ‘아치문’을 ‘무지개문’이라고 바꾼 것은 의미를 충분히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훨씬 더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하지만 남한처럼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예전보다 상당히 많아졌다. 또한 아이스크림을 ‘에스키모’라고 사용하는 것과 같이 우리말로 순화되었던 것이 언중에 의해 다른 외래어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당장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컴퓨터, 버스, 볼펜, 크림같이 외래어를 쓰지 않고서는 지칭할 수 없는 물건들이 많다. 남한에서 외래어가 과도히 무분별하게 수용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제간의 교류가 활발한 이 시대에 외래어를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잘 살펴 우리도 수용할만한 것은 없는지 차이는 무엇이며 이를 좁힐 방법은 없는지 함께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남한이, 또한 통일된 한국이 고민해나가야 할 우리말의 미래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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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