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은 말, 함께 만들어가요!
- 외래어 특집 ②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오주현 기자
dhwnus@snu.ac.kr

 

오늘날 다양한 외국어 표현이 우리말 속에 들어오면서 외국어가 마치 우리말인양 무분별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국어 표현은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기에 남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가운 것이 바로 ‘다듬은 말’이다. ‘순화어(醇化語)’라고 불리기도 하는 다듬은 말은 외국어 또는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한자어나 토박이마로 바꾸어 표현한 말을 뜻한다.

말다듬기위원회에서 선정한 2017년 2차 다듬은 말. (출처: 국립국어원 누리집 www.korean.go.kr)

이렇게 말을 다듬는 일을 국립국어원의 우리말다듬기위원회(이하 ‘말다듬기 위원회’라고 약칭함)에서 한다. 지난 7월 24일 올해로는 두 번째로 다듬은 말을 발표했는데, 최근 언론에서 많이 사용한  ‘스모킹 건(smoking gun)’,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와 같은 표현들이 대상어로 선정되어 각각 ‘결정적 증거’, ‘국민 경선(제)’로 다듬어졌다. 다듬은 말을 보면 외국어 낱말보다 뜻을 훨씬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듬은 말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다듬은 말의 선정과정

국립국어원에서는 문인, 언론인, 학자 등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말다듬기 위원회를 2011년 11월에 처음 구성하여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말다듬기 위원회에는 우리말 전문가뿐만 아니라 실제 언어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종의 사람들도 여럿 있다.

2017년 8월 현재 우리말다듬기위원회 위원 명단 (출처: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 누리집 https://publang.korean.go.kr)

말다듬기 위원회에서는 1년 동안 4분기에 걸쳐 말다듬기를 한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 누리집의 ‘다듬고 싶은 말’ 게시판을 통해 누리꾼들이 제안하거나 국립국어원에서 직접 찾은 낱말 중에서 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말을 먼저 결정한다. 다듬을 낱말이 선정되면 누리집의 ‘어떻게 바꿀까요?’ 게시판을 통해 누리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은다. 누리꾼이 제안한 다듬은 말 후보와 말다듬기 위원들이 제안한 다듬은 말 후보를 아울러 검토하여 그중에서 다듬은 말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다듬은 말은 현재 약 21,000여 개로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다듬은 말(순화어)’ 게시판을 통해 다듬은 말 목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는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우리 생활 속에서 널리 사용되는 예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예도 있다.

 

다듬은 말들

출처: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 누리집

예를 들어, 여러 언론에서 지난 8월 15일 대만의 대정전 사태에 대해 보도했는데, 이때도 영어 표현인 ‘블랙아웃’ 대신에 다듬은 말인 ‘대정전’이라는 말로 소식을 전했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범죄는 처음엔 전화로 사람을 속여 사기를 치는 말만 나왔지만, 범죄가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면서 유사한 말이 많이 나오더니 요즘은 ‘전자 금융 사기’라는 우리말로 점점 바꾸어 표현한다.

 

누리꾼과 말다듬기 위원회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실생활 속에 정착하지 못한 다듬은 말이 많다. 그중에서 비록 널리 쓰이지 않고 있으나 살려 쓰면 좋을 것 같은 말 몇 가지를 글쓴이가 선정해 보았다. 선정 기준으로 외국어를 대신해서 쓸 우리말 표현이 있는지, 다듬어진 말이 원래의 의미를 충분히 내포하며 그 형태가 자연스러운지 등을 고려하였다.

출처: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 누리집

다듬은 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입버릇처럼 사용해오던 외국어 표현 대신에 다듬은 말을 사용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설고 어려운 외국어를 대신할 수 있는 우리말을 찾아 다듬은 말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외국어 표현을 자꾸 쓰다가 우리말이 밀려나는 결과를 보기도 한다. 어느덧 사진기는 사라지고 카메라만 남은 것처럼 말이다. 소중한 우리말이 사라지지 않도록, 또한 우리의 언어가 끊임없이 풍성해지도록 가꾸어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말 다듬기 사업이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 우리가 모두 우리말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듬은 말의 선정에서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7일까지 '테스트 이벤트'(test event), '파트너사'(partner社), '아이스 메이커'(ice maker), '공식 스토어'(공식 store), '레거시'(legacy), '베뉴'(venue)의 다듬은 말을 공모했다. 이 말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언론 기사에서 자주 언급돼 선정됐다. 최종 다듬은 말은 10월 중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 누리집의 ‘이렇게 바꿨어요’ 게시판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새롭게 발표될 다듬은 말에 관심을 가지고 평창 동계 올림픽의 시작과 함께 다듬은 말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주 사용하며 애정을 가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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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