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68] 김영명 공동대표
 

그런데 이성-감성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자기이익’의 문제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이익은 앞에서 논의한 국가 이익이 아니라 그것과 구별되는 개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사적인 이익을 말한다. 이런 사적인 이익이 공적인 이익, 대표적으로 국가 이익과 밀접히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반미에 대한 비판자들은 대한민국의 국익 보호를 그 비판의 논거로 삼고 실제로 그렇게 믿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자기 이익의 반영일 때가 많다는 점을 알게 된다. 한 마디로, 현상을 유지함으로써 자기가 누리는 기득권, 즉 돈, 지위, 권력 또는 안락한 삶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반미 운동이든 어떤 운동이든 기존 질서에 반하는 운동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반감을 국가이익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본다. 단지 여기에 어느 정도로 사익이 개입되는지 그 정도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경우나 어떤 사람에게는 조금 개입될 것이고 다른 경우나 다른 사람에게는 많이 개입될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인 반미적인 행동에도 당사자의 사익이 개입될 수 있다. 그러한 사적 이익으로는 행동에 참여하는 단체의 역할 증대나 행동 참여에 따른 개인의 위상 제고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주로 행동을 주도하는 단체나 개인의 경우이고, 그와 달리 촛불시위에 단순 참여한 일반 시민들의 경우에는 그런 사익을 생각하기 어렵다. 국가를 위한 충정이거나 단순한 호기심이거나 개인적 스트레스 해소 등등의 참여 동기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그것으로 어떤 사익을 챙길 수 있을지 생각하기 어렵다. (스트레스 해소까지를 사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미관계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은 그 관계의 유지에서 사익을 챙길 수 있고. 같은 이유로 ‘반미’ 행동가들은 현상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처지를 고양하고자 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어느 쪽이든 이런 자기 이익을 의식적으로 추구하지는 않을 수 있다. 아니 자기 이익을 의식적으로 추구할 가능성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추구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마르크스가 지적한 바 ‘허위의식’의 작용이다. 다른 어느 사회정치적 쟁점과 마찬가지로 한미관계에서도 허위의식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이렇게 볼 때 한미관계가 국내의 이념·계급 문제들과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미관계에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윤리’ 특히 국제 사회에서의 윤리 문제이다. 다른 어떤 사회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윤리와 실리의 갈등이라는 문제가 떠오른다. 미국에 반대하는 것이 한국인에게 이익이냐 아니냐의 문제와는 달리,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문제는 다른 범주에 속하면서 동시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약소국에게는 이런 국제 윤리의 문제가 별로 해당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악소국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이 우선 문제이지 윤리 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구체적인 보기를 들어 보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많은 나라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윤리적으로 그릇되고 국제법을 어긴 침략 행위였다. 미국 정부는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불법, 불륜의 행위에 동참해 주기를 한국 정부에게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수락했다. 야당이 반대하였으나 노무현 정부는 2003년 3월 600명 이내의 건설 공병 지원단과 100명 이내의 의료 지원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듬해에는 잘 알려진 자이툰 부대가 파견되었다. 한미 간의 힘의 격차와 남북한 관계를 볼 때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물리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한미동맹 유지 또는 강화라는 실리에 윤리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의 비윤리성에 대한 항의는 마땅히 일어나야 한다. 그것은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몫이다. 정부도 그것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면 힘·실리의 논리와 윤리를 조화시킬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 일의 윤리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까?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는 국제관계에서 거의 무작정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을 추종하는 심리가 너무 강하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실리를 앞세워 비윤리적인 일을 많이 하면 결국 다른 나라들의 견제나 미움을 살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실리에 역행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윤리와 실리는 상호작용한다. 한국 정부도 이제는 이 점을 고려하여 단기적인 안보·경제 논리에만 치중하지 말고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 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안목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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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