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입은 티셔츠 속 한글, 우리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김채원 기자
chaewon11@naver.com


‘안녕하세요, 김 씨입니다.’ ‘제 주소는 강남구 oo동 oo아파트입니다.’ 이 두 문장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 이상한 점을 찾기 힘든 문장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구가 티셔츠에 쓰여 있으면 어떨까?

 

▲ 외국인이 입은 한글 티셔츠와 실제로 해외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는 아기 옷

최근 한글 티셔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약 10여 년 전 패션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의 한글 티셔츠가 아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저 두 문장이 그대로 티셔츠에 쓰여 있다. 또다른 예로 헐리우드 배우 토마스 맥도넬의 경우가 있다. 그는 누리꾼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 그는 한글의 모양이 매력적이라 생각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온갖 한글 게시물을 긁어온다. 한 누리꾼의 화가 담긴 글도,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주고받는 욕설이 담긴 글까지도 게시한다. 이러한 맥락 없는 게시글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현재 수많은 누리꾼이 그의 글을 읽고 있다. 무조건 한글이라서 게시하는 맥도넬, 의미 없는 한글 문장이 쓰인 티셔츠. 두 가지는 한글에 보이는 관심이 커지는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좋아만 하기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 토마스 맥도넬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한글 티셔츠에 쓰인 문장은 잘못된 것이 많다. 위에 게시한 아기 옷처럼 한국인이라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표현이 섞인 경우가 있다. 이는 한국어를 조금 아는 사람에게는 올바른 의미를 전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수한 한글을 한낱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 한글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이러한 점까지 바로 잡힌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I don’t satisfy with first kiss’ 이 문장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나는 한 번의 키스로 만족하지 않아요’가 된다. 이런 문장이 쓰인 티셔츠가 버젓이 팔리고 있다. 민망한 내용이다. 뜻을 봤을 때는 저런 옷을 누가 사나 싶지만 그저 영어가 들어간 티셔츠라면 무늬처럼 여겨 별 거부감 없이 사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더 좋아하기까지 한다. ‘NEVADA ALUMNI’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네바다 대학 동문회’다. 네바다가 미국 주립대학이니 한국으로 치자면 ‘경기대 동문회’쯤 되는 것이다. 한글로 적혔다면 절대로 사지 않았을 티셔츠가 단지 영어로 적혔기 때문에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뼈아픈 외국어 선호 사상의 결과다. 물론 옷을 구매할 때 문구보다는 아무래도 디자인을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라도 한글로 된 문구가 쓰여 있으면 구매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디자인보다도 글자의 의미가 먼저 들어와 꺼릴 것이다.

 

근래 화제가 된 외국인 한글 티셔츠는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무작정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상황에 빗대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되거나 민망한 문구들이 버젓이 티셔츠에 적힌 채 판매되고 있다. 이것이 외국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간다면 우리나라 누리꾼들이 보이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웃기다, 귀엽다 등등. 그러나 그들이 그들의 언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좋아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영어 같은 경우는 세계 공통어가 된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무조건적 외국어 선호 사상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외국어 선호를 넘어서 외국어 숭배라고 비칠 수도 있다. 혹 영어로 된 티셔츠를 입게 된다면 어떤 문구인지, 너무 외국어만 좋아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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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