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 한글은 없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김선미 기자
sunmi_119@naver.com

 

▲ SM 아티움 전경

 

지금은 한류의 시대다. 한류의 중심에는 한국가요를 말하는 케이팝(K-POP)이 있고, 케이팝의 중심에는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가 있다. 동방신기, 엑소,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한국은 물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아이돌 가수들은 모두 에스엠에 소속되어 있다. 이 아이돌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에스엠은 독자적인 상표인 ‘SUM(슴)’을 만들었다.  이 상표를 붙인 모든 프로그램과 상품은 강남구 무역전시장(COEX)에 있는 ‘에스엠 아티움(SM Artium)’에서 판매되는데, 이곳에는 에스엠 소속 가수의 얼굴이나 상징을 이용하여 제작된 다양한 상품이 있다. 인기 아이돌 가수의 모든 상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에스엠 아티움은 케이팝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에게 필수 관광장소로 자리 잡았다. 취재를 한 날은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한국 팬과 다양한 국적의 외국 팬이 북적였다.

 

한글은 어디에
외국의 인기를 너무 의식한 탓일까? 에스엠 아티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승강기의 층별 안내도에서는 한글을 단 한 글자도 찾을 수 없었다. 영어를 주로 표기하고, 중국어와 일본어로 번역까지 해놓았지만 정작 한글은 어디서도 사용되지 않았다. 만약 외국어를 할 줄 모르는 한국인이 이 안내도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층을 찾아가야 할까? 한국인 직원에게 안내도를 가리키며 3층에는 무엇이 있냐고 물어봐야 할까?

 

▲ SM 아티움 내의 간판들

▲ 에스엠 아티움 승강기의 층별 안내도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수들이 시상식에서 받은 상을 전시하고 있는 ‘HALL OF FAME(명예의 전당)’ 에서는 전시관의 이름은 물론 가수의 이름까지 한글은 사용되지 않았다. 이 전시관뿐만 아니라 에스엠 아티움 안의 모든 곳에서는 이름을 외국어로 사용하는 가수들을 제외하더라도 이름이 한국어인 강타, 소녀시대의 이름마저 외국어로 표기하고 있었다. 한편,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SUM Market(슴 마켓)’에서는 이곳이 한국인데도 상품의 이름과 가격은 물론 표지판까지 영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심지어 상품의 이름에는 ‘NH_’, ‘FP_’, ‘FLAT+’ 같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문자까지 사용하여 표기하고 있었다.

 

▲ HALL OF FAME (명예의 전당)

 

“여기 한국 맞나요?”
에스엠 아티움을 방문한 한국인들도 외국어 남용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외국어로 표기된 가격표를 유심히 보던 두 여학생은 “학교에서 하루종일 영어만 보다가 우리 오빠로 ‘힐링’하려고 왔는데 여기서도 전부 영어라서 당황했다. 그냥 영어도 아니고 뜻을 알 수 없는 단어까지 섞어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영어 못하면 ‘덕질’도 못하게 생겼다”면서 이곳은 한국 아니었냐며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 에스엠 아티움 상품 가격표


한편, 가수 엑소의 이모 팬이라고 밝힌 한 회사원은 여러 번 에스엠 아티움을 방문했지만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에스엠 소속 가수들은 외국 팬이 절대적으로 많으니까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 생각해요. 반대로 한국어로만 쓰여 있었으면 외국인이 엄청 항의했겠죠. 솔직히 에스엠 아티움 전체 매출 중에 반은 외국 팬들이 책임지고 있을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층별 안내도에 한국어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점은 오늘 처음 안 사실이고, 모든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안내도에 한국어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외국어로만 표기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래에서도 영어 남용
에스엠은 노래 제목과 부제에 영어가 많이 쓰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얼마나 영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룹별로 최근 노래의 제목을 살펴보자. 엑소(LOTTO, Monster, Lucky One), 소녀시대(Lion Heart, PARTY, Mr.Mr), 레드벨벳(Rookie, Russian Roulette, Ice Cream Cake) 등 많은 가수의 정규 앨범 타이틀곡은 모두 영어로 된 제목이었다. 또한 한국어 제목인 노래에는 괄호를 사용하여 영어 부제를 따로 달아놓는다. 하지만 몇몇 노래에는 원래 제목과 전혀 상관없는 영어 표현을 부제로 붙여 의문을 들게 한다. ‘바보(Unforgettable)’, ‘백일몽(Evanesce)’, ‘투명우산(Don’t Let Me Go)’ 등이 그 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막말이나 신조어에 대해서는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반면 영어 남용에는 꽤나 너그럽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인터뷰에서는 “우리 가요계는 그룹 이름이나 가사에서 지금처럼 영어를 남용하다 보면 오히려 한류 매력을 깎아 먹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처럼 현재 한국 최대의 연예기획사인 에스엠 엔터테인먼트가 앞장서서 외국어를 남용하는 상황이다. 에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세계적인 연예기획사로 발돋움했지만, 그들의 뿌리는 한국에 있다. 에스엠 아티움이 있는 곳도, 가수들이 노래하는 곳도 한국이다. 한국에서 외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평하게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외국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국어가 한국어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에스엠 엔터테인먼트는 한류열풍이 한국의 아름다운 언어와 문화에서 시작되었음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에스엠 엔터테인먼트가 아름다운 우리말과 한글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한글과 한류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