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 최현배 선생님과 20세 이하(U-20) 월드컵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김근희 기자 

rmsgml89@naver.com


‘한글이 곧 목숨이다’ 국어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님께서 남기신 말이다. 이 말대로라면 지금 우리나라의 목숨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의학 용어부터 공학 영어, 심지어는 스포츠 용어까지 많은 분야에서 지나치게 많은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이미 외국에서 들어온 학문이거나 문화이기 때문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외국어를 사용하면 우리말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글, 더 나아가 우리말은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정체성이자 목숨이다. 외국어를 우리말 용어로 바꾸려는 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최현배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문구 ‘한글이 목숨’, 출처: 정책브리핑>

 

이러한 노력이 가장 필요한 곳은 한국의 스포츠계가 아닐까. 먼저 현재의 외국어 사용 실태를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20세 이하 월드컵(U-20 월드컵)을 통해 살펴보자. 다음은 지난 23일 있었던 한국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중계했던 한국방송(KBS)와 에스비에스(SBS)가 백승호 선수의 득점 장면을 글로 옮긴 내용이다.

 

 

   ‘비디오 분석을 하는 레프리들이 다시 또 싸인을 줬겠죠. (중략) 백승호, 페널티킥을 준비합니다. (중략)
   골키퍼는 
프랑크 페트롤리, 키커는 대한민국의 백승호. 바르셀로나 소속. 휘슬이 울렸고 백승호, 백승호
   슛 골!

                                                                                                         - 한국방송 중계 내용




이 장면에서 ‘비디오’, ‘레프리’, ‘싸인’, ‘페널티킥’, ‘골키퍼’, ‘키커’, ‘바르셀로나’, ‘휘슬’, ‘슛’, ‘골’, 총 10번의 외국어를 사용하였다.


역명인 ‘바르셀로나’와 같이 우리말로 대체될 수 없는 외래어도 존재하지만, ‘레프리’ ⟶ ‘심판’, ‘싸인’ ⟶ ‘신호’, ‘키커’⟶‘공을 차는 선수’, ‘휘슬’⟶ ‘호각, 호루라기’와 같이 얼마든지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외국어를 많이 사용함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득점에 성공한 백승호 선수가 기뻐하며 뒤풀이를 하는 장면을 담은 에스비에스 중계 내용이다.


 

  

   ‘지금 무슨 셀레브레이션인가요? (중략) 비디오 판독, 비디오로 슛팅을 한번 봐라, 이런 의미인가요?
   (중략) 비디오 
판독이 아니라, 에스비에스의 리플레이를 제대로 봐라, 그런 표시인데요. 아주 멋진
   셀레브레이션!’

                                                                                                            - 에스비에스 중계 내용


 

역시 ‘셀레브레이션’ -> ‘뒤풀이’, ‘비디오’ -> ‘영상’, ‘리플레이’ -> ‘다시 보기’와 같이 충분히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필요한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아르헨티나를 상대한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골 뒤풀이하는 백승호 선수, 출처: 스포츠투데이


스포츠는 대체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그리 어렵지 않아서 쉽게 배우고, 또 즐길 수 있는 문화다. 따라서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 용어들만으로 표현해도 지금처럼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포츠는 외국어가 많이 쓰이는 분야인 의학, 공학 분야 등과는 달리 모든 국민이 즐기는 대중문화다. 이렇게 대중적인 문화에서 외국어가 계속 사용된다면 국민들이 외국어 사용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스포츠를 배우거나, 중계방송을 보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다른 분야들보다 더 우리말 용어 사용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들어온 스포츠라서 외국어 용어를 쓰는데, 왜 굳이 우리말로 바꾸어야 할까? 말을 바꾸려면 시간과 비용뿐만이 아니라 습관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 보면 어떨까?

최현배 선생께서는, 모든 사람이 한글 세로쓰기를 하던 1940년대 때, 글을 쓰기에는 가로쓰기가 더 적합하다는 믿음 하에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그리고 결국에는 성공하셨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가로쓰기로 바꾸는 일은 불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했지만, 오늘날 이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 '대혁명'이 되었다.

 

스포츠 용어의 우리말 전환 또한 당장은 어색하고, 또 심지어는 불필요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불필요한 외국어들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된다는 문제 인식과, ‘이를 우리말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 정도는 필요한 순간이 오지 않았나 싶다. 아니, 더 늦기 전에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16강 진출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20세 이하 남자 축구 대표 팀의 남아있는 월드컵 경기를 즐기면서 이러한 생각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이는 스포츠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쓰이는 불필요한 외국어들을 상당수 우리말로 바꾸는 '대혁명'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