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67] 김영명 공동대표

 

사대주의에 대하여(7)

 

엠비씨(MBC) 드라마 <화정> 인조, 삼전도의 굴욕 장면

그런데 사대주의는 우리가 문명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 있고 또 강대국이 아니라 작은 나라라는 사실에서 탄생한다. 변두리 의식과 소국 의식이다. 사대주의, 변두리 의식, 소국 의식 등은 다 비슷한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조금씩 다른 측면을 보인다. 변두리에 우리가 살다 보니 중심의 문물이 우러러 보이고 이를 따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문명의 중심에 대한 열등감이 생기고 이를 계속 따라 하다 보면 이런 문물하고 다른 문물을 보면 멸시감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문명의 중심이었던 중국을 섬기고 다른 민족들을 오랑캐라고 멸시하였다. 만주에서 흩어져 살던 여진족들이 통합하여 청나라를 세우고 한족의 명나라를 압박하고 결국 멸망시켰는데도, 우리는 죽어도 명을 섬기겠다면서 청을 배척하여 병자호란이라는 대굴욕을 겪었다. 당시 임금 인조는 강화도로 도망하려다가 눈보라가 휘날려 미처 가지 못하고 남한산성으로 피하였는데, 청군의 포위에 한 달 반을 버티다가 결국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큰 절 한 번 하고 땅에 머리 한 번 찧은 짓을 3세트 하는 굴욕의 항복 의식을 치렀다. 전쟁은 불과 석 달 만에 끝났고 그동안 백성들은 말 못 할 고초를 겪고 수많은 사람들이 청으로 끌려갔다. 방향을 잘못 잡은 사대주의의 비참한 말로였다. 

 

그런 고초를 겪고도 우리 조상들은 스스로 소중화로 자처하며 청을 오랑캐라고 멸시하고 심지어 인조의 뒤를 이는 효종은 청을 치겠다고 북벌을 준비하기도 하였다. 이는 흐지부지 되고 효종이 죽음으로써 끝을 보았지만, 사실 당시 두 나라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가당치 않은 정책이었다. 이를 청에 대한 우리의 자주 정신을 보여준 것이라고 가상히 여길 것인가? 그러면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였다. 그것은 우리 자주 정신의 발로라기보다는 이미 끝장난 명에 대한 가실 수 없는 사대 모화 사상의 결과였다. 이 역시 변두리 의식이 길을 잘못 든 탓이라 할 수 있다. 이후에 일본을 섬기고 미국의 문물을 맹종하는 현상 역시 변두리 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나온 이념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맹종하는 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국 의식은 나라가 작아서 큰 이웃들의 핍박을 받다보니 피해의식이 강하고 우리 안에서 똘똘 뭉치는(물론 분열하는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경우에 따라 다르다) 의식을 말한다. 작은 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남과 우리를 구별하는 ‘우리 의식’이 강하고, 대외 관계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현상이 강대국의 경우보다 더 강하다. 독도 문제 등 한일 관계에서 일본보다 우리가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나라가 일본보다 작기 때문에 한 가지 사안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일본의 경우보다 더 크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항의가 나올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사대주의, 변두리 의식, 소국 의식은 우리가 변두리에 있고 작은 나라이니 당연한 현상이 아니냐는 항의이다. 작은 나라는 작은 나라답게 행동하고 큰 나라는 큰 나라답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고, 앞선 나라는 이끌고 뒤진 나라는 따라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런 것을 문제시하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방향이 빗나갔거나 아니면 고칠 수 없는 것에 대한 허망한 문제 제기가 아닌가 말이다. 이런 반론은 일리가 있다. 무릇 개인이든 나라이든 제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법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 하려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사대 정책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살아남았겠는가? 사대의 예를 거부하고 정면으로 대들었다가는 아마 한민족 자체가 역사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잠시 얘기를 돌렸다 돌아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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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