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안에 머물러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수인 기자

suin_325@naver.com


이달 초 세종시는 신도시에 세울 주민복합공동시설을 한글 모양으로 짓겠다고 밝혔다. ‘한글’을 주제로 한 공공건축물 설계 공모는 지난해보다 지원 업체가 늘어나는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렇듯 한글 자음을 건축물 디자인에 적용하면 어떤 모습일까? 그 상상을 도와줄 ‘한글 디자인 건축물’들을 살펴보자.

 

1.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다! - 2010 상하이엑스포 한국관

▲ 2010 상하이엑스포 한국관 출처-매스스터디스 누리집 (www.massstudies.com)

2010년 개최된 상하이엑스포에서 한국관은 한글을 이용해 탁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거대한 면적으로 지어진 한국관은 ‘융합’이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한글을 선택했다.

 

한국관 설계를 담당했던 매스스터디스는 누리집을 통해 “순수 기하학적인 한글의 수직선과 수평선의 조합 (ㄱㄴㄷㄹㅁㅂㅋㅌㅍ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 사선(ㅅㅈㅊ), 그리고 원형(ㅇㅎ)의 획들을 이 건축 공간에서 필요한 수평, 수직의 움직임으로 구성하고, 이 구성이 건물을 지지하게 되는 독특한 건축물”이라고 밝혔다. 한글의 기하학적인 특성과 해체와 조합이 가능한 점을 건축학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건물 내부에서의 층 이동이나 전시 관람 방향 등의 동선으로 한글의 획과 그 조합을 관람객들이 직접 움직임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건물의 벽에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의 작품인 한글 타일 3만8천여 개가 다양한 이미지를 구성했다. 더불어 야간에는 한글 뒤의 연속 조명이 깜빡이며 글자에 생동감을 불어넣도록 했다.


이러한 참신한 설계로 한국관은 현지 언론에서 가장 가고 싶은 국가관의 하나로 꼽혔다. 또한 엑스포 자체에서 주관하는 건축상에서 은상을 받는 등 탁월한 성과를 냈다.

 

2. 골목 사이 빛을 발하는 한글 – 청담동 바티리을

멀리서만 찾아볼 수 있는 한글 건축물이 아니다. 국가의 이름을 달고 거창하게 지은 것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한글을 표현한 건물을 찾을 수 있다. 청담동의 ‘바티리을(Bati-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바티리을 앞쪽 모습

‘바티(bâti)’는 ‘(집 따위가) 세워진, 건설된’이란 뜻의 프랑스어다. 그러니 이 건물의 특별한 이름은 한글 리을을 세웠다는 의미가 된다. 앞쪽에서 볼 때 한글의 ‘ㄹ’을 형상화한 이 건물은 청담동 골목 속에서 단연 눈에 띈다. ‘ㄹ’의 가로획은 각 층의 난간을 이뤄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오르막이 있는 옆쪽 벽면은 ‘ㄱ’과 ‘ㄴ’이 만나는 모습처럼 보인다. 매달린 ‘ㄱ’을 ‘ㄴ’이 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두 글자가 묘하게 연결되면서 다시 ‘ㄹ’의 형태를 그려낸다.


한글의 자음을 이용해 개방성과 수직적인 이동성을 잘 살려낸 이 건물은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상, 서울특별시 건축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휩쓸며 일대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를 자랑한다.


3. 한글과 함께 살자 – 한글주택

▲ 한글주택 / 출처 한글주택 누리집(hangeulhouse.co.kr)

한글을 삶의 터전에 갖고 온 경우도 있다. 이미 방송과 책으로 널리 알려진 개그맨 김병만 씨의 ‘한글주택’이다. 못 하는 일이 없는 김병만 씨가 직접 집을 짓는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이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방송 당시 건물 외관에 한글 자모인 ‘ㄷ’이나 ‘ㅁ’ 뚜렷하게 보인다고 해서 한글주택이란 이름이 붙었다.


‘싸고 좋은 집’을 짓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작업은 한글 덕분에 더욱 의미가 깊어졌다. 두드러지게 보이는 ‘ㄷ’은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의 ‘ㄷ’을 연상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김병만 씨는 그뿐 아니라 건물 안의 한쪽 벽면에도 ‘ㄱㅏㅎㅗㅏㅁㅏㄴㅅㅏㅅㅓㅇ(가화만사성)’과 같은 한글을 붙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들을 다른 사람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한글 자모를 풀어내 한글 형태의 아름다움을 더한 것이다.

 

이처럼 한글은 이미 문자의 차원을 넘어 건축적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글 모양 건물들의 수상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공간을 만들어내는 한글 자모의 조합은 건축업계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단순히 한글 모양만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국립박물관처럼 한글 창제의 철학적 원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도 있다. 한글의 모양, 창제와 조합의 원리는 끝이 없는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 위대함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