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상품, 쉽게 고르고 싶어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지승현 기자

jsh1679@hanmail.net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휴학을 결정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돈을 효과적으로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방법은 하나였다. 은행 정기 적금이었다. 적절한 상품을 찾기 위해 주위에 조언을 구하고, 이용하던 은행을 비롯해서 3~4가지 정도의 은행 홈페이지를 뒤적였다. 하지만 상품명을 본 순간 눈 앞이 깜깜해졌다. 우리말이 아닌 외래어와 정체불명의 단어들로 뒤덮여서 언뜻 봐서는 이게 어떤 상품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였다. 일일이 다 열어보았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끝에 간신히 나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 가입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이름으로 상품을 내걸었기에 이해하기 힘들었을까? 현재 사용중인 은행 3곳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상품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농협이다. 농협에는 ‘엔에이치(NH)오토적금’이라고 있다. ‘오토론과 연계된 자동차 구매 전용 적립식 상품’이라고 설명에 쓰여 있다. 사실 들어는 봤지만 뜻은 다소 생소한 단어라서 영어사전을 펼쳤더니 ‘자동차’를 뜻하는 영단어였다. 보통은 카(car)가 보편적이지만 오토(auto)도 엄연히 자동차라는 뜻을 나타내는 셈이다. 사실 워낙 줄임말이 많다 보니 ‘오토’도 무슨 줄임말인 줄 알았다. 단어 뜻을 찾고 나서야 자동차 구매를 위한 상품이라는 걸 느꼈다.


나만 모르는 것일까 싶어서 영어학과, 영어교육과, 자동차 공학부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오토가 뭔지 물어보았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3명 모두 2종 면허 오토 자동차를 답했다. 어떻게 생각을 해보면 자동차 관련 상품이라는 걸 알 수는 있겠지만 한번 더 생각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냥 ‘자동차 구매 적금’ 혹은 굳이 영어를 쓰려 한다면 모두가 아는 카(car)를 택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엔에이치카적금’ 이러면 역시 무슨 말인지 모를 것 같다. 우리말이 제일 쉽다.

다음으로 국민은행이다. ‘케이비(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이라고 있다. 상품 설명에 ‘1인 가구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이하 생략’이라 적힌 걸로 예상 가능하겠지만 1코노미의 뜻은 1인가구 +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다. 실제로 이 말을 만들어 낸 사람은 김난도 서울대 교수로서, 자신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처음 등장시켰다. 뜻은 1인가구가 늘면서 미치는 새로운 경제 유형이다. 과연 1코노미라는 단어를 사람들은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경제학과, 영어교육과, 언론정보학과에 재학중인 3명에게 물어봤다. 결과는 경제학과에 다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처음 듣는 단어라고 하였다. 그나마 경제학과 학생이 들어는 봤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그럼 1코노미 스마트 적금은 어떤 상품인지 짐작이 가느냐는 물음에 3명 모두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신한은행이다. 대한민국 20대 남자들에게는 나라사랑 카드를 만들어주는 은행으로 유명한 곳이다. 남성을 위한 것이 있으면 여성을 위한 것도 있는 법. 그래서 신한은행에서는 ‘신한 알파레이디 적금’을 만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 전용 상품이다. 그런데 굳이 레이디(lady)라는 말을 써야 했을까? 아니 그 전에 알파(alpha)라는 뜻부터 보면 시작, 최초, 우두머리 등의 뜻이 있다. 아무리 끼워 맞춰봐도 뜻이 연결되지 않는다. 뜻을 알아내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고, 신한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알파레이디는 첫째가는 여성을 의미하며, 개성과 활기 넘치는 자기주도적인 여성을 뜻한다.’라고 적어놓은 것을 발견했다. 뜻을 알아도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냥 간단하게 ‘여성(전용)우대적금’ 이 정도로 적어도 괜찮게 보인다.


이와 반대로 같은 은행이라 해도 카드는 한글 및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대표적인 예가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지고 있는 신한카드의 ‘나라사랑 카드’다. 앞의 예금상품처럼 애국(愛國), 솔저(soldier), 밀리터리(military) 등 군인이나 나라를 뜻하는 영어 알파벳이나 한자 등 외국어를 넣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순우리말로 카드 이름을 지었다. 또한 농협에서는 ‘채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단순히 카드에 한정 짓지 않고 일명 ‘채움’상표(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래서 농협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 등에 ‘채움○○’이라고 부르는 등 골고루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민카드의 훈민정음 시리즈와 가온누리 시리즈가 대표적이며, 우리카드의 가나다 시리즈도 있다.

 

분명 현재는 세계화 시대이다. 그에 발맞춰 세계 공용어인 영어는 우리의 삶에 섞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는 오용과 남용 속에 살고 있다. 위의 은행상품들처럼 전혀 필요 없는 곳에서도 쓰이고 있다. 물론 귀화인, 외국인 근로자 등 외국인들도 편리하게 사용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좋은 봉사 정신이다. 하지만 여긴 대한민국이다. 한글과 한국어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곳이다. 자국민이 보기 힘들다면 그건 고쳐야 한다고 본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