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말하는 보이는 언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수인 기자

suin_325@naver.com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보이는 언어, 바로 수어다. 지난해부터 한국수화언어법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한국수어가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 외의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언어인 한국수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보이는 우리말, 한국수어를 알아봤다.

 

1. 단순히 소리를 대신해 손짓, 몸짓으로 말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한국수어는 우리나라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보이는 언어로,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농인이라 한다. 수어는 흔히 사람들이 사용하는 몸짓(제스처)과는 전혀 다르다. 수어는 손과 손가락의 모양인 수형, 손바닥의 방향인 수향, 손의 위치인 수위, 손의 움직임인 수동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더불어 손의 움직임과 동반되는 표정도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먹었다’는 동작에 궁금한 표정을 지으면 ‘먹었어?’라는 질문이 된다.

 

2. 손으로 글자를 써서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문자를 통해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지문자와 수화를 착각한 것이다. 지문자는 한글이나 알파벳 등 문자를 손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전에는 “손가락으로 어떤 모양을 지어, 이를 부호로 한 문자”로 나온다. 한글을 써서 소통하려고 하면 한국어를 알아야만 지문자로 표현한 의미를 알 수 있으므로 결국 한국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수화언어는 한국어와는 다른 독자적인 언어다. 그럼에도 지문자는 수화언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이름이나 명칭 등 고유명사를 표현할 때 주로 이용된다. 아래의 한글 지문자와 알파벳 지문자를 살펴보자.

 

▲ 한글 자모 지문자

▲ 알파벳 지문자

일반 문자를 손으로 나타낸 것이 지문자이므로 한글 지문자와 알파벳 지문자는 당연히 다르다. 한글 지문자는 현재 서울농학교의 전신인 국립서울맹아학교 초대교장이었던 윤백원이 창안했다. 그는 당시 일본식 수화를 한국 농인들에게 가르치는 것에 한계를 느껴 1946년 한글 지문자를 만들어 보급했다. 현재의 한글 지문자는 창안 당시와는 손의 모양이나 방향이 조금 다르지만 농인들의 한국어 지도에 큰 영향을 줬다.

 

3. 한국어와 한국수화언어(수어)는 어떻게 다를까?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문법 체계가 다른 것처럼 한국어와 한국수어도 다르다. 한국수어에서는 한국어에서 활발한 조사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디서 만날까요?”라는 의미의 문장을 한국수어로 표현하면 ‘만나다’, ‘곳’, ‘어느’의 각 단어를 표현하면 된다. 여기에 묻는 듯이 궁금한 표정을 ‘어느’의 동작과 함께 해주면 더욱 의미가 잘 통한다.

▲ 한국어와 한국수어의 어순 비교 출처 국립국어원

이렇듯 한국수어에서는 각 어휘 수준에서 전체적인 문장의 의미가 결정되기 때문에 어순에서는 자유도가 비교적 높다. 또한 어휘의 결합이 굳어져 관용어구나 한 단어로 쓰이는 표현이 많다. 대표적으로 ‘눈’과 ‘싸다’를 함께 써서 ‘잘못보다’란 의미로 사용한다.

 

4. ‘물+밭=논’ 기발한 수어 단어
한국수어의 단어에는 참신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물’과 ‘밭’을 같이 써서 ‘논’이란 단어가 되는 것처럼 이미 있는 단어를 재미있게 결합해 절묘한 단어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일요일’은 ‘빨강’+‘결석(휴일)’+‘요일’을 이어 표현하면 된다. 사람들이 ‘빨간 날’이나 ‘휴일’이라고 표현하는 의미가 절묘하게 모두 표현된 것이다.

▲ 수어단어 ‘일요일’. 왼쪽부터 각각 ‘빨강+결석(휴일)+요일’

지금까지 한국수화언어를 간단히 살펴봤다. 한국수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 농인들의 일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한국수어사전 누리집(http://sldict.korean.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