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문체 어디까지 들어보셨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지승현 기자

jsh1679@hanmail.net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컴퓨터 통신이 활발해지면서 채팅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많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신조어는 단순 줄임말을 비롯해서 일정 집단들만 아는 은어 등으로 사용되었다. 이 신조어들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제법 체계가 잡혔다. 중구난방으로 사용되던 신조어들이 ‘~체’로 정리가 된 것이다. 신조어 문체는 종류가 상당히 많다. 아마 하나하나 정리를 하면 10쪽 이상 넘어갈 것이다. 그 중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이는 5가지만 추려 정리해 봤다.

 

1. 급식체

[사진=네이버 웹툰 대학일기]

현재 신조어의 상징과도 같다. 개인방송 진행자 ‘철구’가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앞서 간형우 기자가 급식체 관련해서만 기사를 적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다.

 

※’급식체’를 아시나요? - 간형우 기자 (http://www.urimal.org/963)

 


2. 야민정음

[사진=문화방송 무한도전 화면]

급식체와 더불어서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문체이다. 첫 시작은 위의 사진인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앵커리지->앵귀리지라고 읽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이하 야갤)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였고 변형 또한 야갤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름답게 야민정음이란 뜻 자체가 국내야구 갤러리+훈민정음의 합성어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모양이 비슷한 글자들끼리 바꿔 쓰거나 뒤집으면 야민정음이라 분류한다. ‘푸라면’이나 ‘KIN’같은 경우에는 옛날부터 사용되어 왔지만 야민정음이란 문체가 확립되면서 속하게 된 경우다.


말로만 하면 이해하기 어려우니 네티즌이 주로 쓰는 종류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대↔머 예)멍멍이→댕댕이, 대가리→머가리
귀↔커 예)앵커리지→앵귀리지, 커쇼→귀쇼
유→윾 예)유재석→윾재석, 유머→윾머
신(辛)라면→푸라면
즐→KIN
근→ㄹ 예)근혜→ㄹ혜
광→팡 예)광주광역시→팡주팡역시


3. 휴먼구연체
이름 그대로 야구해설가로 유명한 허구연씨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경남 출신인 허 해설위원은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중계할 때마다 표준어가 아닌 경남 사투리를 사용한다. 매우 억센 발음 탓에 쉽게 기억에 남아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물론이고 일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걸 볼 수 있다.

밑에 사진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으로 대학 강의평가를 휴먼구연체로 적어놓은 것이다.

역씌→역시, 기멘수→김현수, 으려운→어려운, 수읍→수업, 멩료한→명료한, 슈업콘츄롤→수업컨트롤, 팽까→평가, 승균관뎨→성균관대, 발쯘→발전

 

이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4. 음슴체
존댓말을 쓰기에 어색하지만 반말을 쓰기에도 어색한 인터넷 공간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특히 네이트 판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나는 아까 밥을 먹었음’ 같이 끝을 ‘~음’으로 말 끝을 종성 미음(ㅁ)으로 끝내는 말투다. 다른 한가지 특징으로는 마침표(.)를 거의 사용 안 하는 것이다.

밑에는 음슴체의 상징과도 같은 사진이다.

하지만 밑에 보면 ‘남친이 음슴’이라고 되어있다. 쓰다보면 느끼겠지만 ‘~슴’이라고 끝나는 경우는 없다. ‘~임’, ’~음’이라고 사용하기 때문에 음슴체보다는 음임(임음)체라고 부르는게 맞는 표현이다.
여담으로 군대에서 무전 칠 때 사용한다고 한다.

 

5. 노땅체/줌마체
다소 민감할 수 있다. 한 세대를 비하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노땅체는 이름 그대로 나이가 있는 중〮장년층이 사용한다. 표준어보다는 각자 지역의 방언과 욕설, 물음표(?), 물결(~), 기타 기호(!@#$)등을 사용하며, 띄어쓰기의 대체라고 볼 만큼 쉼표(,)를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의 주 사용층인 젊은 층이 보기엔 다소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본인 갤러리(디시인사이드 임창정 갤러리)에 팬들과 소통하고자 글을 올릴 때 노땅체를 쓰면서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해소되었다.

[사진=임창정 갤러리]

 

줌마체도 존재한다. 주로 전업주부들이 사용하는 문체로 육아카페 등에서 사용된다. 주로 상대방을 지칭할 때는 ㅇㅇ맘이라고 한다. 최대한 딱딱하지 않고 친근하게 보이도록 웃는 이모티콘(^^)과 물결(~)을 많이 사용하며, 끝말은 마침표(.)를 2개 이상 사용하여 끝낸다. 단어도 상당히 변형을 많이 시킨다. 그리고→글구, 너무→넘넘 같이 줄여 쓰는 건 기본이다. 그 밖에 딸→딸램, 회원님→횐님, 이웃님→잇님 등 소리나는 대로 줄여 쓰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의 글을 보면 90~00년대 인터넷 초창기 시절의 신조어와 상당히 유사한 면이 보인다. 즉, 신세대같이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싶으나, 대다수의 네티즌과는 쉽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문체이다. 대표적으로 배우 김소연이 본인 갤러리에 글을 올릴 때 많이 사용한다.

[사진=김소연 갤러리]

이 밖에도 오덕체, 보그체 등 많은 신조어 문체가 존재한다. 분명 신조어는 짧게 굵게 사용되다가금세 없어지는 존재이다. ‘하이루’ 같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신조어를 대표하던 단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이 2005~2006년 수집된 938개의 신조어를 추적 조사한 결과로 보면 10년 후인 2016년에도 사용되고 있는 단어는 231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금 유행하는 신조어들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다른 신조어가 또 채울 것이다.


신조어가 나쁘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신조어는 꾸준히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인터넷 상의 한글파괴, 우리말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 받아왔다. 이제는 파괴된 우리말도 정상적인 언어로 보일 지경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조어를 쓰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에서 그리고 세태의 유행인 신조어를 쓰지 않고 대화하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사람들 스스로 깨닫고 사용을 자제하는 한편, 언론에서도 신조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꾸준히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은 물과 같아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라며 "10~20대만 탓할 게 아니라 언론에서도 이런 신조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