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보도자료에 외국 글자, 한자 표기는 줄었으나

외국어를 한글로 적기만 한 경우는 더 늘어나

 

2013.10.08.보도자료-국가주요기관국어기본법위반분석.hwp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는 작년에 이어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동안 17개 정부 부처와 국회, 대법원이 냈던 보도자료 총 3,068건을 모두 모아, 이들 보도자료가 국어기본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 기준은 국어기본법 14조 1항,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는 규정을 잘 지켰는가이다. 작년에 비해 국어기본법 위반은 줄었으나 외국어를 한글로 적기만 한 경우는 오히려 늘어났다.


1.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사례 집계

분석 결과, R&D, First Follower, 對, 美 등 외국 글자나 한자를 본문에 그냥 써서 실정법인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사례는 보도자료 3,068건에서 8,842회로 드러났다. 보도자료 하나마다 평균 2.88회를 위반한 셈이다. 2012년 3~5월 동안 14개 행정부처와 입법부, 사법부 보도자료 2,947건에서 국어기본법 위반 횟수가 모두 13,099회로, 보도자료 하나마다 4.4회를 위반하였던 것에 비하면 위반 횟수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I am a boy.”를 “아이 엠 어 보이.”라고 적는 것처럼 ‘가이드라인’(기준, 지침)이나 ‘리스크’(위험), ‘시너지’(상승효과)와 같은 외국어를 한글로 적기만 하는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2012년 집계 당시 석달치 보도자료에서 10,451회가 나타나 보도자료 하나마다 3.6회였지만, 2013년에는 16,795회로 나타나 보도자료 하나마다 5.5회였다. 1.6배 늘어난 셈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국어기본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외국어를 그냥 한글로만 적은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본문에 영어 등 외국 글자를 그대로 드러내는 위반은 7,687번이었다. 보도자료 한 번 작성할 때마다 평균 2.51회를 위반한 것이다. 한자를 괄호 속에 넣지 않고 그대로 본문에 드러낸 위반 사례는 1,155회여서, 보도자료 2.6건을 작성할 때 한 번 꼴로 한자를 썼다. 한자 사용은 1,155건으로 2012년의 1,230건과 비교해 그다지 줄지 않았다.
한글문화연대는 공공기관이 국어기본법을 잘 지키고 쉬운 우리말로 공문서를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2014년부터 알기 쉽고 바르게 쓴 공문서를 대상으로 ‘세종 보람’이라는 인증 표시를 부여할 계획이다.


2. 보도자료에 나타난 국어기본법 위반 사례

많이 쓴 외국 글자는 주로 줄임말이다. 괄호 속의 숫자는 위반 횟수이다. R&D(539), FTA(489), IT(360), ICT(279), EU(259), ICT(279), ASEAN(244), OECD(221), LCD(124), MOU(114), T/F(85) 등이다. 많이 쓴 한자는 對(224), 美(72), 新(71), 現(51), 社(47), 日(32), 低(25), 前(21) 등이다.
효율성 때문에 로마자 축약어를 사용한다고 보이지만 우리말로 쓰더라도 음절 수에서 그리 큰 차이도 없다. 게다가 정확한 뜻을 전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청소년들이 ‘버카충’(버스카드 충전)이나 ‘생선’(생일선물)과 같이 줄임말을 사용하는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줄임말 외에도 First Mover, Fast Follower, Fast Track, Killer Item, Kick-off, Outreach, overhead, Sw Day, 어린T 등 일반 국민이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 낱말을 그대로 영문 글자로 적은 사례도 많았다. 외국어를 영문 글자 그대로 적은 위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산업융합은 우리 경제가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경제의 전략으로, 주력 산업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DNA임을 강조함”(산업자원부 5.14)
- “중대사건은 긴급사건과 마찬가지로 Fast Track으로 처리할 계획임”(법무부 4.18)
- “철도시장 특성을 감안하여 Killer Item 개발부터 시험·검증, 상용화까지 패키지 지원전략도 마련한다.”(국토교통부 4.7)
-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자 ‘어린T를 벗자’는 기부행사를 마련해”(여성가족부 5.16)


3. 기관별 위반 순위

국어기본법 위반 횟수가 많기로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순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 217건에서 2,681회를 위반하여 보도자료 하나마다 12.4회씩 로마자나 한자 표기를 하고 있고, 미래창조과학부는 보도자료 하나마다 5.8회(343건에서 1,992회), 외교부는 하나마다 4.4회(285건에서 1,249회), 기획재정부는 하나마다 4.2회(268건에서 1,133회)씩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7건의 보도 자료에서 11회를 위반하여 위반 횟수가 가장 적었다.
공문서에 한자를 그대로 사용한 국어기본법 위반 횟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장 많았다. 보도자료 한건마다 한자를 2.6회 사용하여 모두 568회나 위반했다. 외교부는 246회 위반했고 기획재정부는 149회를 위반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고용노동부는 전혀 한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외국어/외래어를 한글로 적기만 한 순위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순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73건을 사용하여 보도자료 하나마다 11회씩 외국어/외래어를 한글로 적고 있었다. 2013년에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는 3,306회로, 보도자료 하나에 10회를 사용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 하나에 7회, 기획재정부는 5회씩 썼다.


4. 자주 쓰는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어 사례

가이드/가이드라인(90), 거버넌스(16), 글로벌(358), 노하우(33), 로드맵(67), 리더/리더십(75), 리스크(61), 매뉴얼(28), 매칭/매칭 펀드(21), 메시지(50), 멘토/멘토링(90), 비전(95), 서포터스(58), 세션(102), 센터(484), 스마트(125), 스토리텔링(32), 스태프(12), 시너지(34), 워크숍(207), 원스탑(47), 이벤트(69), 이슈(84), 인센티브(90), 인턴(77), 인프라(198), 채널(75), 컨설팅(188), 컨퍼런스(69), 쿨맵시(22), 토크/토크콘서트(15), 파트너/파트너십(83), 패널(57), 패러다임(47), 패키지(60), 페스티발(32), 포럼(371), 프로세스(52), 프로젝트(301), 플랫폼(52), 허브(21), 홈페이지(359), 힐링(10)등이다.
이 밖에 다이퍼대디, 대미, 드레스코드, 렌트푸어, 모멘텀, 미스매치, 슬러지, 에너지바우처, 이니셔티브, 인벤토리, 제로베이스, 트라우마, 슬로우시티, 헬스케어 같은 뜻 모를 외국어가 아무런 설명 없이 보도자료에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어와 외래어가 사용된 보도자료 문장은 다음과 같다.
- “엄마 같은 아빠 대미 (Daddy+Mommy), 육아용품도 직접 고르고 육아에도 적극적인 다이퍼 대디(Diaper Daddy) 등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이슈다.”(여성가족부 4.11)
-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 지원방안도 마련해야“(기획재정부 4.1)
- “SW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SW 전문가들과 함께”(미래창조과학부 5.2)
- “관련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원스톱(One Stop) 행정서비스를 구현하고”(해양수산부 6.2)
- “역내 에너지 연계성 증진을 위한 이니셔티브 추진 조항을 포함시킴으로써”(외교부 5.30)
경자구역(경제자유구역)이나 외투(외국인투자)와 같은 줄임말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조사자들이 뽑은 어려운 한자어로는 선제적, 경주, 위촉, 전년동기/동월, 전보, 정주, 제고, 주살, 폄훼, 하회, 회랑, 애로/애로사항 등이 꼽혔다.








10월 7일 와이티엔 뉴스 화면-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출연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