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낯선 간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서경아 기자

calum0215@gmail.com

 

얼마 전 동네에 꽃집이 새로 생겼다. “달이 뜨면 꽃이 피고”라는 글자가 예뻐 눈에 띄었다. 꽃집 간판이라기엔 생소한 이름이다. 꽃 살 일도 없는데 들어가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요즘 카페가 많은 거리나 골목엔 하나둘씩 저 꽃집과 같이 우리말로 쓰인 간판을 가진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흔한 외래어 간판들 틈에서 비주류적인 감성의 우리말 간판이, 낯섦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중이다. 합정에서 홍대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말 간판이 가진 감성을 찾아보았다.

▲ 미소를 만드는 치과

▲ 건물에 새겨진 글귀와 벽화

합정역 3번 출구로 나와 골목으로 접어드니 ‘미소를 만드는 치과’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치과 치료를 통해 예쁜 미소를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느껴진다. 2층은 치과, 3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 건물만 보았을 땐 카페로 보인다. 건물 한쪽 벽면엔 ‘히어로들도 올바른 양치법 여기서 다시 배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양치하는 히어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재치 있는 글귀가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아이들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조금 더 걸어가니 ‘안녕, 낯선 사람’이란 간판이 보인다. 독특한 이름으로 이미 인스타그램을 통해 잘 알려진 카페이다. 몇 년 전 합정동을 처음 왔을 때, 스치며 본 이 카페의 이름이 잊히지 않아 얼마 후 혼자 이 카페를 다시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 낯선 사람인 나에게 카페가 건네는 인사말에 이끌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이곳을 찾는 발길은 항상 많아 보인다.

▲ 안녕, 낯선 사람

처음 보는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건네는 첫 마디는 대개 이름을 묻는 말이다. 이름은 그 사람의 첫인상에 영향을 미치고 그의 정체성을 말해주기도 한다. 간판은 가게의 이름이다. 거리에 넘치는 한자와 영어, 불어 간판을 보니, 마치 노란 피부 까만 머리에 까만 눈을 가진 서울 토박이가 다이애나라는 이름을 가진 듯 어울리지 않는다.

▲ 빨간 책방 카페

카페와 맛집, 술집이 가득한 길을 지나치며 눈길을 끄는 간판을 찾지 못해 계속 걷다 보니, 빨간 지붕을 연상시키는 간판과 독특한 글씨체가 눈에 띈다. ‘빨간 책방’이란 카페다. 유리창 넘어 보이는 커다란 책장에 가득 꽂힌 책을 보니 책방이란 이름이 더욱 와 닿는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라고 하여 요즘 흔히들 ‘북카페’라고 부른다. 빨간 지붕에 적힌 이   름이 ‘Red Book Cafe’이었어도 다시 한번 생각나는 이름이었을까. 아마 ‘빨간 책방’이란 이름이 주는 감성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물론 가게의 특성에 따라 외래어명이 꼭 필요하거나 어울린다면 상관이 없다. 다만 필요하지 않은 무분별한 사용이 대다수이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 합정에서 홍대까지의 간판

‘와줘서 고마워’, ‘옥상 달빛’, ‘소년 방앗간’, ‘우리 동네 미미네’, ‘별 헤는 잔’, ‘뜻밖에 양꼬치’까지. 합정에서 홍대까지의 산책에서 내 눈길을 붙잡은 간판은 23개 정도이다. 카페, 식당, 미용실, 술집, 사진관, 옷가게 등 다양한 분야의 가게에서 우리말 간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거리 가득 채운 외래어 간판과 비교하면 그 수는 아직 손꼽을 정도로 적지만, 적은 만큼 더욱 빛을 내고 있다. 대중가요보다 독립음악이, 대로변의 스타벅스보다 골목길의 작은 개인 카페가 인기를 얻고, 또는 한복을 입고 한옥마을에서 찍은 사진을 사회 소통망 서비스(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듯이 이 또한 그저 낯선 소수에 관한 관심일지도 모른다. 우리 문화와 우리말이 낯섦에 속한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강압이 아닌 젊은 세대의 우리 것을 향한 자발적인 관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합정의 옷가게 간판

길을 가다 예쁜 우리말 간판이 눈에 띈다면 이 옷가게처럼 #을 붙여 인스타그램에 올려보자. 거리마다 있는, 다이애나란 이름의 서울 사람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