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74] 성기지 운영위원


낱말의 뜻을 오해하고 있는 사례 가운데 ‘돌팔이’라는 말이 있다.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돌팔이’의 뜻을, ‘돌’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다. ‘돌멩이를 파는 엉터리 장수’라고 지레 짐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 말은 원래 남의 직업을 낮추는 말이 아니다. ‘돌팔이’는 요즘처럼 상설 붙박이 가게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생겨났다. 그 시절의 장사꾼 가운데는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바로 그런 사람을 ‘돌팔이’라고 한다. 요즘 말로 ‘행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돌팔이’의 ‘돌’은 돌멩이가 아니라 ‘돌아다니다’의 첫 글자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디 ‘돌팔이’는 부정적인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이 말을 부정적으로 쓰다보니까, 요즘에 와서는 ‘돌팔이’란 말에 ‘제대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엉터리 사람’이란 부정적인 뜻이 보태진 것이다.


‘단감’이란 말도 뜻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단감’의 ‘단’이란 말이 ‘달다’, ‘달콤하다’는 뜻인 줄 알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달기로 말하면 단감보다는 연시나 홍시가 훨씬 더하다. ‘단감’의 ‘단’은 달다는 뜻이 아니라, ‘단단하다’는 뜻이다. 단감은 단단한 감이다. 그와는 달리 완전히 익어서 말랑말랑한 감은 ‘연시’라 하는데, 글자 그대로 ‘연한 감’이라는 뜻이다.


비슷한 사례를 한 가지만 더 들면, 우리가 자주 쓰고 있는 ‘야산’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야산’의 ‘야’가 한자 ‘들 야(野)’ 자에서 온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실제 몇몇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실려 있기도 하다), 사실은 우리말 ‘야트막하다’에서 첫 음절을 딴 것이다. 그러니까 ‘야트막한 산’이 바로 ‘야산’인 것이다. ‘단감’과 ‘야산’은 서로 짜임새가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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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