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69] 성기지 운영위원


누가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을 꼭 닮았을 경우에 흔히 ‘빼다 박았다’ 또는 ‘빼박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실제 말을 할 때에는 ‘쏙 빼다 박았다’고 강조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빼다 박았다.”나 “빼박았다.”고 하면, 땅에 박혀 있는 물건을 빼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박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 모습을 보고 ‘빼다 박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쓰는 우리말이 바로 ‘빼닮다’와 ‘빼쏘다’이다. ‘빼닮다’는 많이들 쓰고 있는 말이지만, ‘빼쏘다’는 조금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빼닮다’는 “생김새나 성품 따위를 그대로 닮다.”는 뜻으로, 흔히 ‘빼다 박았다’고 하는 말을 ‘빼닮았다’로 고쳐서 쓰면 된다. “생김새나 하는 짓이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아들”처럼 쓴다. ‘빼쏘다’도 ‘빼닮다’와 같은 말인데, 굳이 차이를 둔다면 전체 생김새나 성품은 비교하지 않고, “얼굴이 어머니를 빼쏜 딸”처럼 얼굴 부분이 꼭 닮았을 경우에는 주로 “빼쏘았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 두 말을 구분하지 않고 동의어처럼 쓰면 된다.


부부간의 사랑이 지극할수록 자녀가 그 어버이의 모습을 빼닮는다고 한다. 이를 좀 더 확대 응용하면 섬기던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지극할수록 그 주인을 빼닮는다고도 할 수 있다. 유신 정권 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실무 책임자였던 분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반정부 세력 척결’을 위해 권력의 칼을 마구 휘두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주인을 빼닮았으니 충신이라고 할까,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옹고집쟁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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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