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걸어온 길과 소중함,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책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조수현 기자

aumi32@naver.com

 

세계적으로 과학성과 우수성이 증명된 문자 '한글'은 만든 사람과 반포일, 창제 원리가 알려진 유일한 문자다. 원리의 독창성과 과학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나절만 배워도 쓸 수 있고, 열흘 정도만 익히면 모든 말을 글로 나타낼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유용성’은 한글이 지닌 최고의 강점이자, 세종대왕이 무지한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의 정신에 크게 부합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유엔에서 고유 언어가 존재하되 고유'문자'가 존재하지 않는 민족에게 표기문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을 보급하기도 한다.

 

고유의 말은 있지만 고유한 문자가 없어 표기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인도네시아 북부 술라웨시의 소수부족 찌아찌아족이 그들의 말을 적는 표기문자로서 한글을 이용했던 일도 있었다. 지난 2010년 7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글 사용을 공식 승인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신 지 570돌이 되는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평소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한글’이 걸어온 길과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숨결을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책을 추천한다. 지식과 정보를 쉬운 문자로 평등하게 나누라는 ‘세종의 정신’을 기억하며 우리의 문자 ‘한글’을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최근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이기도 한 김슬옹 인하대 교육대학원 초빙 교수는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글 : 김슬옹, 김응 / 그림 : 임미란 / 출판사 : 아이세움)을 냈다. 1443년 세종 임금님이 한글을 만든 때부터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극적으로 발견되기까지 소중한 우리글, 한글이 우리 역사에 스며드는 과정을 28가지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현재 24자로 이루어진 한글은 창제 당시 ‘자음 17자’와 ‘모음 11자’로 구성된 총 28자였다. 발음 기관과 발음하는 모양을 본떠 자음자인 ㄱ·ㄴ·ㅁ·ㅅ·ㅇ 다섯 글자를 만들고 하늘과 땅과 사람의 모양을 본떠 모음자인  ∙·,ㅡ ·ㅣ 세 글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기본 글자를 만든 뒤 그것을 바탕으로 획을 더하고 합해 28자를 완성한 것이다. 이에 착안해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은 한글을 둘러싼 중요한 이야기를 28가지로 추려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험난하고 순탄치 않았던 역사가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책에서 전하고 있는 몇 개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정리했다.

▶ 훈민정음과 한글 
한글 창제 이전 통용되던 ‘한자’는 중국에서 들어온 문자로 주로 양반계층에만 한정되어 사용됐다. 생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은 시간을 들여 한자를 공부할 수 없었으며 글을 쓸 수도 읽을 수도 없었다. 무지와 정보의 불평등으로 백성들이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가엾은 백성들을 위해 쉬운 ‘우리의 문자’를 만들고 교육을 통해 계몽시키려 한 것이 세종의 정신이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새 글자로 백성들에게 법과 농사 지식, 유교 사상 등을 쉽게 가르치고자 한 세종의 뜻이 담긴 이름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 무렵. 한글 학자 주시경 선생에 의해 '오직 하나의 큰 글'이라는 뜻을 담아 새롭게 지어진 말로 그 이전에는 ‘훈민정음’ 또는 ‘언문’으로 불렸다.

▶ 훈민정음 해례본
<훈민정음> 해례본은 훈민정음을 한문으로 설명한 해설서로 33장으로 이뤄진 한 권의 책이다.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지정한 세계 기록 유산이다.


한글을 창제한 뒤, 한글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 먼저 세종은 한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해설서를 집현전 학자들과 만들었다. 1446년 간행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한글이 한자나 몽골어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문자라는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편찬된 지 494년이 지나서야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역사의 풍파 속에서 한글을 지키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이 젖은 노력을 했던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서예가 이용준의 처가인 광산 김씨 집안의 가보로 내려오던 것을 이용준이 스승인 국문학자 김태준에게 전하고, 김태준은 다시 간송 전형필 선생에게 전했다고 한다. 간송 전형필은 일제의 한글탄압정책으로 어려웠던 일제강점기에도 꿋꿋하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켜냈다. 혼란스러운 6.25 피난길에도 <훈민정음> 해례본을 품속에 넣고 다녔으며, 잘 때도 베개 삼아 잘 정도로 소중히 보관했다. 개인의 안위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그의 집념과 의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의 숨결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원본을 볼 수 있으며 한글의 창제 원리와 반포일까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가갸날과 한글날 
1926년 11월 4일 제1회 '가갸날' 기념식이 열렸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민족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한글 학자들이 세운 단체인 조선어 연구회가 주최한 기념식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한글날 기념식 '가갸날'을 선포했다. 그 후 11월 4일로 기념되던 가갸날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이 발견되면서 지금의 양력 10월 9일로 한글날이 정해지게 되었다. 1446년 간행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우리는 정확한 한글 반포 날짜와 한글의 창제 원리까지 명확하게 할 수 있었다.


책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에서 말하는 28대 사건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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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28대 사건>

 

■<한글 1대 사건> 1443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다
■<한글 2대 사건> 1444년, 몇몇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리다
■<한글 3대 사건> 1446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반포하다
■<한글 4대 사건> 1449년, 하급 관리들이 한글 벽서를 쓰다
■<한글 5대 사건> 1453년, 궁녀들이 한글 편지로 사랑을 나누다
■<한글 6대 사건> 1459년, 세조 임금이 한글 불경책을 펴내다
■<한글 7대 사건> 1460년, 《훈민정음》으로 고급 관리를 선발하다
■<한글 8대 사건> 1475년, 인수대비가 한글 여성 교육책 《내훈》을 펴내다
■<한글 9대 사건> 1481년, 그림책 《삼강행실도》를 한글로 번역하다
■<한글 10대 사건> 1485년, 종로 시장 상인들이 한글 투서로 권력을 비판하다
■<한글 11대 사건> 1504년, 연산군이 한글 사용을 금지하다
■<한글 12대 사건> 1506년, 한글을 아는 여성을 나라의 인재로 뽑다
■<한글 13대 사건> 1527년, 최세진이 한자 학습책 《훈몽자회》를 펴내다
■<한글 14대 사건> 1539년, 한글이 중국에 알려지는 것을 막다
■<한글 15대 사건> 1586년, 원이 어머니가 죽은 남편에게 한글 편지를 남기다
■<한글 16대 사건> 1593년, 임진왜란에서 한글 담화문이 빛을 발하다
■<한글 17대 사건> 1608년, 허준이 한글 의학책 《언해태산집요》를 펴내 산모와 아기를 구하다
■<한글 18대 사건> 1608년, 허균이 한글 소설책 《홍길동전》을 펴내다
■<한글 19대 사건> 1670년, 장씨 부인이 한글 조리책 《음식디미방》을 펴내다
■<한글 20대 사건> 1756~1759년, 어린 정조가 외숙모에게 한글로 편지를 쓰다
■<한글 21대 사건> 1790년, 전기수가 한글 소설책을 읽어 주다 낫에 찔려 목숨을 잃다
■<한글 22대 사건> 1889년, 미국인 영어 교사 헐버트가 한글 교과서 《사민필지》를 펴내다
■<한글 23대 사건> 1894년, 고종이 한글을 나라의 공식 문자로 선포하다
■<한글 24대 사건> 1896년, 서재필이 한글 신문 《독립신문》을 펴내다
■<한글 25대 사건> 1904년, 백씨 여인이 한글로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다
■<한글 26대 사건> 1907년, 주시경이 상동청년학원 안에 한글강습소를 열다
■<한글 27대 사건> 1926년, 한글날 기념식 가갸날이 열리다
■<한글 28대 사건>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하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