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헤엄’을 아시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서경아 기자

calum0215@gmail.com

 

▲ 남한 연예인의 다양한 머리 모양

▲ 북한 청년들의 유행_ 북한 말 재미있게 읽기(_전수태 지음)

“투블럭 커트, 네추럴 웨이브 펌, 시스루 뱅, 러블리 펌, 레이어드 커트….”

“구름 머리, 갈매기 머리, 송이 머리, 나리꽃 머리, 폭포 머리, 들국화 머리….”

 

무엇이 더 익숙할까? 아마 첫 번째 줄의 이름들이 더 익숙할 것이다. 첫 줄과 두 번째 줄의 공통점은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머리 모양을 일컫는 명칭이라는 점이고, 차이점은 남한말과 북한말, 외래어와 우리말이라는 점이다. 남한의 미용 명칭엔 외래어만 사용할 수 있다는 불문율이라도 있는 걸까?
 
다음 대화는 2012년 방영된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장면 중 일부이다.

 

『강석: 그날부터 그 체니들의 다리가 한날 한시두 머리에서 떠나딜 않아. 하두 괴로워서 정치상학 공부도 다시 하고, 경애하는 수령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계곡물에 몸도 담가봤디만, 미치갔어.


항아: 아… 소녀시대…. 근데 리강석 동무, 사내가 고운 녀에게 끌리는 거는 원래가 당연한….


강석: 사상이 없다네! 곧은 심지두 없이 모냥만 보고 어케…, 내가 발짝난 수퇘지네?! 게다가…, 아! 티파니…. 하필 이름두 티파니가 뭐이가. 내가 와 민족의 말살자 미제의 이름을 딴, 썩어빠딘 부르주아 백당년 때문에 이케 괴로워야 하는지, 난 정말 모르갔어….』

 

체니는 처녀, 백당년은 하얀 당나귀 같은 여자를 뜻한다. 얼핏 사투리같이 들리는 북한말로 이루어진 이 대화에선, 낯선 단어들도 보이지만 얼핏 짐작하여 알아들을 수 있다. 
70년 가까이 단절되어 온 남과 북의 언어는 각각의 사회문화적 배경 아래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 결과 북한에선 문화어, 남한에선 표준어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말을 하게 되었지만, 두 언어는 분명 그 시작이 ‘한글’에 있는 우리말이다.
 

문화어와 표준어, 우린 왜 달라졌을까.

두 언어의 차이는 정치적 방향성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분단 이후 북한은 김일성의 주체언어 사상과 민족주의 언어관에 의해 외래어도 한자어와 마찬가지로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하였고,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어는 모두 정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일성은 남한에선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여 민족적 특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별하지 않았다. 이런 배경 아래 탄생한, ‘말 다듬기’라 불리는 언어정화운동을 통해 외래어는 고유어를 사용하여 다시 만들어졌다.

 

“스톱워치는 초시계 , 노크는 손기척, 도넛은 가락지빵, 라면은 꼬부랑국수.”

 

외래어보다 직설적이게 느껴지는 문화어는 촌스럽고 우스워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단어 대부분이 고유어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 뜻이 더 쉽게 연상된다.
반면 분단 이후 남한은 자본주의 체제를 지향하며 외국 선진문물을 급격하게 받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외래어와 한자어가 그대로 사용되어왔다. 그 결과 표준어의 대다수가 한자어 혹은 외래어로 이루어져 있어 표준어를 배우는 새터민(북한이탈주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되었다.

 

이로써 남과 북, 표준어와 문화어의 가장 큰 차이는 외래어를 다루는 방식에 있음을 알았다. 비록 그 이유가 언어적인 관점보다는 정치적인 문제였을지라도, 결과로서 보았을 때 북한의 문화어는 우리 고유어를 보존하며 발전시켜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얼룩진 표준어에서 우리말을 되찾는 일은, 이곳에서 열쇠를 찾을지도 모른다.


열쇠가 되어줄 문화어

먼저, 외래어가 많아 우리말을 찾아보기 힘든 대표적인 것 중 하나인 화장품의 이름을 바꾸어보면 다음과 같다.

표준어와 비교해보니 마치 외국어를 번역한 우리말 느낌이다. 기초적인 화장품의 이름이라도 이와 같은 고유어로 바뀐다면 화장품 업계에 만연한 외국어 틈에서 조금이나마 우리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위 표에선 한자어와 외래어로 이루어진 표준어 단어 중 문화어를 사용하여도 충분히 그 뜻이 전해질 수 있고, 친밀하게 느껴질 만한 단어들을 찾아보았다. 쪽무늬그림, 나들문, 나비헤엄, 설기과자 등 듣기에도 예쁘고 이해하기도 쉬운 말이 많다. 물론 문화어에는 이렇게 순우리말을 활용한 단어들 이외에도 한자어와 외래어가 포함되어 있다. 북한에서도 과거와 비교하면 남한말과 외래어가 많이 알려져 그에 따라 문화어도 점차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터민들이 남한에 적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여전히 고유어의 차이보다도 외래어가 손꼽히듯이, 우리 일상에서 쓰이는 불필요한 외래어들은 조금 더 순화된 우리말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사회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그 밖의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다. 문화어는 북한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 아래 만들어졌지만 ‘언어’로서의 가치는 그와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가 문화어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그들의 신념이 아닌 ‘우리말의 아름다움’이다. 혹여 ‘북한’의 말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면, 정작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정녕 ‘우리말’인지부터 생각해 보자.
 

본 글은 ‘달라진 남한말과 북한말(_천용택 차종환 지음)’, ‘북한 말 재미있게 읽기(_전수태 지음)’, ‘네이버 북한말 사전’을 참조 하였습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