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잠’, 너 뭐라고 쓴 거니?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3기 이지은 기자

freeloves84@hanmail.net

사진 1.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의 과잠을 입은 학생들의 사진이 ‘과잠 삼대장’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거리를 채우는 ‘과잠’

날이 쌀쌀해지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겉옷이 두꺼워지기 시작한다. 길거리와 지하철에 여러 대학 이름들이 눈에 띈다. 1호선에서는 고려대, 성균관대가 2호선에서는 건국대, 서울대, 홍대 등. 소속된 대학과 과 이름을 등에 새긴 과 야구 잠바,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과잠’이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새내기들은 처음 입는 과잠에 들뜨고, 수시를 막 끝낸 예비 새내기들도 자신이 들어가게 될 대학의 과잠을 찾으며 설렌다. 학교 근처의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는 학과별 과잠 전시회가 열린다. 최근에는 대학을 벗어나 고등학교와 여러 동호회에서도 과잠과 같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의상을 만들어 입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 2. 가톨릭대학교를 ‘캣홀릭’으로 읽었다는 일화.

캣홀릭? 욘세이? 뭐라고 쓴 거니?
학생들은 대부분 로마자, 한자로 표기된 과잠을 가지고 있다. 부채꼴 형태로 크게 쓴 로마자 대학 이름과 아래에 휘갈겨 쓴 학과 이름의 비슷한 도안이 색만 바뀐 채 매년 등장한다. 어문계열 과들은 한자로 과 이름을 쓰기도 한다. 과잠의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 과잠에 대한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도 떠돈다. 가톨릭(Catholic)대학교의 과잠을 '캣홀릭(Cat Holic)'으로 읽었다는 일화를 시작으로, 연세(Yonsei)대학교와 홍익(Hongik)대학교는 일본에 있는 대학교인 듯이 욘세이대학교와 혼긱대학교가 된다. 고려(Korea)대학교는 한국대학교로 해석되었다. ‘paichai’ 대학교는 과연 어디일까. 중국의 대학일까? 누가 ‘paichai’대학교가 ‘배제’대학교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까?


이러한 일화는 과잠의 알파벳을 제대로 읽지 못하여 발생하게 된다. 알파벳으로 표기되어 잘못된 이름이라도 읽을 수 있다면 그나마 낫다. 어려운 한자로 표기되어있어 아예 읽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한자를 잘 모르는 이들은 거리의 과잠을 보고 한눈에 그들의 소속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로마자 역시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쉽게 읽히는 한글 과잠

이러한 과잠 도안에 대해 많은 학생이 “그냥 멋있어서.”, “다른 과가 하는 걸 보니 좋아 보여서.”, “매년 이렇게 했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큰 의미 없이 그저 다른 과잠과 비슷한 도안을 따라가는 것이다. 우리말과 한글을 가장 사랑해야 할 국어국문학과나 국어교육학과도 어김없이 로마자나 한자이다. 과 이름으로 ‘Korean literature’, ‘Korean education’이 쓰여 있으면 마음이 아파진다.

사진 3. 한글로 표기된 과잠. 쉽게 소속을 파악할 수 있다.

로마자와 한자로 가득한 과잠의 숲 속에, 한글로 쓴 과잠도 없지만은 않다.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와 의류학과의 과잠은 한글로 표기되고 과와 관련된 그림들이 함께해 학교와 과 소속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한글 과잠 도안에 대해 대학생들은 “붓글씨로 휘리릭 써놓으면 이쁠 것 같다.”, “과잠바를 꼭 영어로 해야 하는 관습은 없는 것 같다.”, “쉽게 읽힌다.” 등의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한글 과잠 도안은 기존과 차별화된 독특한 디자인에 직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대학교의 한글 이름들이 길거리에서 보일 수 있도록 예쁜 한글 과잠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