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이 고개를 갸웃했었던 한국어 표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조수현 기자

aumi32@naver.com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의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제46회 한국어 능력 시험에 국내외 45개나라, 164개 지역에서 7만2,295명이 응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어 능력 시험이 처음 치러진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응시 인원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유학하는 20대가 늘고, 이민과 결혼으로 한국에 사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어를 배워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주간경향 1115호 ‘알면 알수록 더 까다로운 한국어’ 기사에서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황호덕 교수는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어 어휘를 2,000여 개 정도 습득하면 일상 대화 80%를 이해한다. 다만 95% 이상 의사소통이 되려면 4만5,000여 개의 어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예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국립국어원에서, 잊을 만하면 비표준어를 표준어로 바꾸는 것도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 2014년에는 ‘삐치다’의 잘못인 ‘삐지다’ 등을 표준어로 인정해줬다.


이번 기사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특히 어려워했던 표현을 중점적으로 살펴 보고자 한다.

흔히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유학생들이 얼큰한 찌개를 먹으며 ‘시원하다’라고 하는 한국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몽골에서 온 유학생 볼로르마(Bolormaa, 22살, 이화여대)씨도 처음 한국에 와서 많이 헷갈렸던 부분이라고 했다. 겉으로 보이는 의미와 실제 사용되는 맥락이 다른 표현이 많아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어려웠던 것이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 타미쉬(Tammy Shi, 21살, 이화여대)씨도 ‘삼삼하다’, ‘짭짤하다’가 어려웠다고 한다. ‘삼삼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약간 싱거운 듯하면서도 맛깔이 있다는 것인데, 이 말이 결코 미각어에만 한정된 표현이 아니라 헷갈린 것이다. 우리는 잘생기거나 아름다운 사람을 대할 때 “삼삼한데…?”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군대 간 아들 모습이 어머니의 눈에 선하다’ 등 때로 잊히지 않고 눈에 어린다는 뜻으로도 ‘삼삼하다’를 쓴다. ‘짭짤하다’ 역시 사전적 의미는 ‘감칠맛이 있게 조금 짜다’이다. 하지만 일이 잘되어 쏠쏠히 돈이 들어올 때 수입이 ‘짭짤하다’라고도 쓰이니 외국인들에게는 헷갈릴 만도 하다.


2016년 11월 14일~15일 양일간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10명을 대상으로 대면 인터뷰를 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헷갈리거나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었던 표현 8개를 소개한다.


1) 도무지? 도모지? 
‘도무지’는 이러고 저러고 할 것 없이 어쩔 수 없음을 나타내는 부사다. 도모지에서 도무지로 변화했다. 도모지(塗貌紙)는 물을 묻힌 뒤 한지를 얼굴에 몇 겹으로 착착 발라놓으면 종이의 물기가 말라감에 따라 서서히 숨을 못 쉬어 죽게 되는 조선시대 형벌이었다. 1860년 경신박해 때 체포된 오치문이란 사람이 울산 장대로 압송된 뒤 도모지 형으로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끔찍한 형벌인 ‘도모지’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도무지’는 그 형벌만큼이나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2) 애끓다? 애(kids)가 끓다? 애끊다?
지금은 일부 생선의 간을 가리키기도 하는 ‘애’는 ‘창자’의 옛말이다. ‘애가 끓는다’는 표현은 ‘몹시 답답하거나 안타까워 속이 끓는 듯하다“는 뜻이다. 이와 유사하지만 좀 더 강한 의미를 지니는 표현이 ”애끊다“입니다.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 곧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말한다.

 

3) 약(이) 오르다? 약(medicine)인가요?
화가 나서 심통을 부릴 때 쓰는 말. 고추나 마늘, 담배와 같은 향신료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 성장 과정에서 한창 무르익어서 고유의 매운 성분을 피울 때 ‘약이 올랐다’라고 했다. 이에 빗대어 ‘잔뜩 화가 나 있는 사람’을 조롱할 때 쓰는 말로 쓰였다고 한다. ‘약(을) 올리다’는 비위가 상하여 언짢거나 은근히 화가 나게 하는 것으로 “지금 누구를 약 올리는 거니?” 등으로 사용됩니다. ‘약이 오르다’와 ‘약을 올리다’를 잘 구분해야 한다. 

 

4) 혼나다? 영혼(soul)이 나가다?
‘혼나다’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이 빠져나갈 정도로 호된 시련을 받는다는 뜻이다. 혼나(내)다 이외에도 ‘혼(이) 뜨다, 혼(을) 띄다, 또는 혼쭐이 나다, 혼쭐이 빠지다, 혼꾸멍을 내다’란 말도 함께 쓰이는데, ‘혼쭐’과 ‘혼꾸멍’은 혼을 강조하는 말이니 ‘영혼(soul)이 나가다’라는 추측도 비슷하게 맞기도 하다.
 
5) 꼬셔? 꼬시다? 꼬신 내?
봄이 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그 노래 ‘벚꽃 엔딩’으로 유명한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꽃송이가’라는 노래에 이런 부분이 등장한다. “배드민턴 치자고 꼬셔. 동네 한 번 걷자고 꼬셔.” 여기서 ‘꼬시다’는 틀린 말로 ‘꼬이다’ 또는 ‘꾀다’가 바른 말이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끌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꼬시다’라는 표현은 다른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는 고소하다의 방언으로(강원, 경상) 미운 사람이 잘못되는 것을 보고 속이 시원하고 재미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7) 간 보다! 간(Liver)을 보다(See)
“너 지금 사람 간 보니?”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할 때 혹은 저울질을 할 때 쓰는 말이다. ‘간’은 음식물에 짠맛을 내는 물질, 즉 소금이나 간장, 된장 등을 통틀어 이르거나 음식물이 어느 정도 짠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찌개 어떤지 간 좀 봐.”와 같이 쓰는 말로 사람에 쓰기에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니 쓰지 않는 편이 좋다.

 

8) 총각김치?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무나 배추, 오이 같은 채소를 소금에 절인 다음 양념을 해서 익혀 먹는 김치는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런 김치 가운데 손가락 굵기만 한 어린 무를 무에 달린 푸른 줄기와 잎을 잘라내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양념으로 버무려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다. 총각김치는 흔히 알타리 김치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1988년 개정된 표준어 규정(제22항)이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밝힌 뒤 ‘알무, 알타리무’대신 ‘총각무’를 표준어로 사용하게 되었다. 총각김치가 있으니 당연히 처녀 김치도 있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처녀김치는 없다.

 

언어는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생활 수단이자 인간의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공동체가 공유하는 독특한 ‘정신문화’와 ‘생활환경’이 언어에 담겨 있는 이유다. 얼마 전, 공부를 위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특화된 한국 관련 교양과목의 개설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11월 11일 자 기사 “외국인 유학생에 특화된 한국어·한국 문화 과목 개설해야”에 따르면, 신영지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한국 문화' 교과목 개설 모색’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12만 명을 넘었고 이 가운데 대학(원) 재학생이 70%에 이르지만, 이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은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급 수준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추고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도 일반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한국 문화 강좌가 대부분이거나 한국 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과목밖에 없다”며 “학문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한국문화 교양과목 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한국 문화 강좌를 개설하고 한국어 교육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