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58]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 ‘국정 농단’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농단’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쓰는 말이 아니므로 그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은 이 말을 ‘국정 희롱’쯤으로 이해하고 있다. 어찌 보면 대통령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난 여인네 하나가 나라의 정치를 희롱한 듯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농단’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한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국정 농단’은 나라의 정치를 휘어잡고 온갖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해 왔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말이다. 그저 ‘국정 독차지’라고 했으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었을 것이다.


국정을 독차지한 사람들과 그 경위를 밝혀내야 하는 검찰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언론에서는 굳이 “애로 사항이 있을 것이다.”라고 표현한다. ‘애로’는 “좁고 험한 길”을 뜻하는 한자말인데, 주로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장애가 되는 것”이란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사항’을 붙일 것 없이 “애로가 있을 것이다.”라 하면 된다. 이 말보다는 “고충이 있을 것이다.”가 훨씬 쉽고, 나아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로 바꿔 쓰면 더욱 좋다.


쉬운 말이 있는데도 굳이 어려운 말로 표현하는 버릇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할 병이다. 어떤 이익을 놓고 둘 이상이 겨루는 것을 두고, 공문서나 일부 언론에서는 ‘경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본디 우리말에는 쓰이지 않았던 용어로서, 일제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외래어라 할 수 있다. 이 말 대신에 우리에게는 ‘경쟁’이라는 한자말이 있다. 마땅히 ‘경합’을 ‘경쟁’으로 고쳐 써야 하며, 나아가 순 우리말인 ‘겨룸’으로 순화해야 한다. 말을 쉽게 다듬어 쓰는 것이 언어의 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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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