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응대편>

 

판매 직원들의 비문법적인 과대 존경 표현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어색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존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물에 ‘-시-’를 붙여 존대법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가령, “반응이 너무 좋으세요.”라든지 “주문하신 상품이 나오셨습니다.”처럼 경어법의 ‘-시-’를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이나 홈쇼핑 채널에서 “이 구두는 볼이 넓으셔서 발이 편하세요.”, “색깔이 예쁘십니다.”, “모든 상품이 품절이세요.”와 같이 사물 주체에 ‘-시-’를 사용하는 잘못이 널리 퍼지고 있다. 


어떤 할인점에 가보면 상품 안내 도우미들이 진열대 곳곳에서 손님들에게 여러 상품을 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에게서, “이 제품이 이벤트 기간이기 때문에 훨씬 저렴하세요.”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사람을 높여야 하는데, 물건을 높인 경우이다. 또, 병원에서도 “아무개 님, 진료비는 삼천 원이세요.”와 같이 금액을 말하는 부분에까지 존대의 ‘-시-’를 사용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제품이나 진료비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이런 말씨는 문법에 어긋나는 지나친 존대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판매원이 고객에게 “고장이 나시면 바꿔 드립니다.”고 하는 것도 물건에다 ‘-시-’를 붙이는 격이 되기 때문에 “고장이 나면 바꿔 드립니다.”로 말하는 것이 정확한 말법이다.


보험설계사가 청약서를 쓰면서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또는 “생년월일이 언제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듣는데, 역시 어법에 맞지 않는다. 이 말은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되나요?”, “생년월일이 언제입니까?/언제인가요?”로 해야 올바른 높임법이 된다.


은행에서 “예금주가 아무개 님 맞으십니까?”라고 말하는데, 이 말도 높임법이 잘못된 경우이다. 이때에는 예금주인 아무개 님을 높여서 “예금주가 아무개 님이십니까?”로 말하거나, 아니면 “예금주가 아무개 님 맞습니까?”로 해야 높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은행에서 “오늘이 납부 마감일이세요.” 하고 안내하는 말도 “오늘이 납부 마감일입니다.”로 고쳐야 한다. 주체 높임법에 사용하는 ‘-시-’를 마감일이란 날짜에 붙일 수는 없는 것이다.


가끔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서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말 또한 ‘-시-’를 남용한 표현이다.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는 “전화번호가 몇 번입니까?”로 바로잡아 써야 바르고 정중한 표현이 된다. 다만, 상대와 관련된 사물이 주어가 된 경우에는 일부 사물에도 주체 높임법을 사용해서 높일 수 있다. 가령, “얼굴이 참 고우십니다.”라든가, “마음이 무척 넓으시군요.”라는 말은 높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각각 ‘얼굴’과 ‘마음’을 높이고 있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지나친 존대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투를 유행처럼 번지게 하고 말았다. 건강검진을 할 때 간호사들이 안내하는 말투는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다. 가령 몸무게를 잴 때에 “신발 벗고 올라가실게요.” 한다든지, “의자에 앉으실게요.”, “오른쪽 눈을 가려 보실게요.”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신발 벗고 올라가실게요.”를 “신발 벗고 올라갈게요.”로 해야 올바른 문장이 되는데, 이 경우 체중계에 올라가는 사람은 검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간호사 자신이 되겠다. ‘-ㄹ게요’라는 어미는 말하는 이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자기의 행동을 ‘올라가실게요’로 높이는 것도 잘못 되었지만, 상대방에게 올라가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면 더욱 엉뚱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때에는 “신발 벗고 올라가시겠어요?”, 또는 “올라가 주시겠어요?”처럼 말하면 되겠다.                                                                                     

한글한문화연대 운영위원 성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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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