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언어, ‘신선함’과 ‘한글 파괴’ 그 사이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광고 언어의 힘>을 다녀와서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유다정 기자
yoodj92@daum.net

 

신문에 실린 광고를 주목해서 읽을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는 2~3초 안에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 인터넷 광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광고 제작자들은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눈길을 끌 각양각색의 방법을 시도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기획특별전으로 여는 <광고 언어의 힘>에서 광고 언어 전략의 하나로 말과 글자를 변형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기획전에서는 신세계닷컴과 에스케이(SK)텔레콤의 사례를 들었다. 신세계닷컴은 신세계의 영어 약자인 SSG를 한글 ㅅ‧ㅅ‧ㄱ으로 바꿔 ‘쓱’이라고 읽어 재미를 더했다. SK텔레콤의 광고 문구는 ‘이상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이상하자’다.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이상한 시도로 이상적인 통신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를 언어유희를 통해 전달한 것이다.

(사진1) 신세계닷컴과 SK텔레콤 광고 영상 갈무리

하지만 지나친 맞춤법 무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이미 지난 7월에 한글문화연대의 조수현 기자가 티켓몬스터의 한글 맞춤법 파괴 사태를 짚은 바 있다. (참고기사. 올바른 국어사용과 광고언어) 이번 기획전에서도 티몬 광고는 뜨거운 감자였다. 티몬 광고에 대한 갑론을박이 ‘광고 언어를 바라보는 온도차’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소개됐다.

 

(사진2) 티켓몬스터 광고 영상 갈무리

우선 광고 제작을 맡은 박승욱 한컴 총괄크리에이티브디렉터(ECD)는 ‘몬소리’를 사람들이 불평할 때 문법 규칙을 따르면서 얘기하지 않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글 파괴라기보다는 한글을 이용한 새로운 언어의 창조”였다며, 고객들의 반응을 봤을 때 의도하는 바가 전달됐다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최혜원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과장은 “이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글자”라며 “이것을 정말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민 반응도 엇갈린다. 장서연(18) 씨는 “좀 특이하고 재미있게 잘 표현한 것 같아요”, 김홍구(44) 씨는 “트렌드를 반영한 광고?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고은(24) 씨는 “그냥 봤을 때 하나도 이해를 못 하겠어요”, 이윤범(24) 씨는 “오염이 많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라며 언어 파괴에 대해 우려했다. 특히 박종섭(18) 씨는 “이거는 한글이 아니죠!”라고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사진3) 광고 언어를 바라보는 온도차

이에 대해 김정우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글 파괴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광고의 수명이 길지 않고, 일정한 기간 내에 효과를 발휘했다가 사람들에게 잊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안이한 생각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광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는 길거리에서도, 텔레비전에서도, 핸드폰에서도 광고를 본다. 광고에서 지속해서 잘못된 언어를 사용한다면, 광고를 접한 사람들에게, 특히 청소년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광고 문안가(광고의 글귀를 만드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광고로 엘지(LG)전자의 휘센 편이 뽑혔다.

 

여름이 좋은 건 어딘가에 시원함이 있기 때문이다.’

 

언어파괴나 과장 없는 진솔한 문구로도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좋은 예다. 광고 제작자 등 대중매체는 올바른 언어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이, 소비자들은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광고 언어의 힘>에는 광고언어의 역사와 광고문구의 시각화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으며, 1127일까지 이어진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