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흐름과 몸의 흐름으로 멋글씨를 알리다, 한글 서예가 최루시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한주예슬 기자

yeseuli8103@naver.com

 

순간의 추억들이 쌓이는 좋은 자리에 빈 병으로 채워지는 소주 ‘좋은데이’. 그 병들에 써 있던 멋글씨(캘리그라피)는 누가 썼을까요? 한번만 보면 잊는 사람이 없는 정감 가는 글씨체로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에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그녀, 한글이 지나가는 순간들을 담는 한글 서예가 최루시아 선생님을 광화문 한글누리 전시장에서 만나보았다. 최루시아 선생님은 인터뷰 내내 멋진 글씨체만큼 특유의 쾌활한 자유로움을 보여주었다.

광화문 한글누리에서 열렸던 가은 최루시아의 멋글씨전

기자: 이번 전시에는 세 작품이 있는데 간단하게 소개를 해 주신다면?

 

최루시아: 이번 전시는 하늘, 땅, 사람으로 이뤄진 한글 모음에 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천, 지, 인 세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하늘’은 제가 서예가로 활동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신 아버지가 생각나고 ‘땅’은 열심히 땅을 딛고 걸으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제 자신 같고, '사람'은 언제나 옆에서 큰 힘이 되어 주는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글과 글씨를 썼어요. 이 전시는 단순히 작품만  보이는 전시가 아니라 전시 기간 동안 하늘, 땅, 사람을 주제로 여러 연주자들과 함께 행위 예술(퍼포먼스)도 보여줍니다. 그래서 화선지 위의 쓴 나의 획들이 사람들과 하나로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최루시아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서 받은 명함에 하늘, 땅, 사람에 영감받아 만들어 본 이미지

기자: 최루시아 선생님은 누군가를 만날 때, 나는 분의 이름을 직접 써서 명함을 만들어 건네주시던데요. 저를 포함해 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선생님만의 인상 깊은 ‘명함 인사’가 아닐까요?

 

최루시아: 제가 일년에 명함을 한 만오천장을 써요. (웃음) 제겐 우연한 만남들이 정말로 소중해요. 글씨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에요. 물론 전시장에 있는 전통적인 한글 서예작품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제 작품들이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했으면 좋겠더군요. 그래서 여러 번 고민한 끝에 만나는 분들의 이름을 명함에 써 드리고 있어요. 그럼 그 분들이 붓펜인지, 진짜 먹물인지, 그냥 잉크인지 등의 질문을 하세요. 이 때, 재료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서 저와 서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거지요. 지금은, 다음 번에는 어떤 다른 방법으로 인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기자: 선생님의 독특한 영문 성함외국식 이름엔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글 서예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최루시아: 세례명을 이름으로 쓰고 있어요. 중, 고등학교 때는 펜글씨부에서 활동했고, 대학교 서예동아리에서는 한문 작품을 쓸 때 제 이름을 쓰는 순간마다 사실 마음에 걸렸어요. ‘루시아’라는 이름으로 적당한 한자를 찾기가 어려웠고 구성이 안 맞았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하면서 ‘한글 서예를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글 서예를 중점으로 공부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는 특이한 제 이름이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제 이름을 기억해 주어서 정말 좋아요. 그리고 저의 아버지는 언제나 공부를 잘하는 어린이보다 먼저 글씨를 바르게 쓰는 어린이가 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작품을 할 때 주로 오른손으로 쓰지만, 때론 왼손으로 쓰기도 해요.

기자: 추구하는 멋글씨 활동의 방향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루시아: 그 동안 멋글씨 작품활동을 많이 해 왔고, 앞으로 전통적인 한글 서예를 바탕으로 제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는 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요. 영화에서 글씨 대역을 하거나 글씨강연을 하기도 하고 광고에 제 글씨가 쓰인다든지 하지만, 요즘 제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행위 예술이에요. 단순히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의 흐름과 몸의 흐름을 어떻게 갖고 갈 수 있을지 궁금해 하고 탐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까운 시일내에 선의 흐름을 보여 줄 수 있는 색다른 공연을 기획하고 싶어요. 

기자: 그렇잖아도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이라는 여성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여성 예술가 40인의 행위 공연에도 공연퍼포먼스에도 참여하셨던 기사를 보았어요.

 

최루시아: 네,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8ㆍ15 공연에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함께 뜻 깊은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사진 : 유용예

기자: 특히 외국인들이 선생님의 행보를 더욱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추억이 있으세요?

 

최루시아: 사실, 저는 15년간 서예학원을 운영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점점 외국인을 위주로 한글 서예를 가르치게 됐어요. 제가 재작년에 냈던 책이 일본어로 번역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출판기념회를 오사카에서 열어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인상 깊었던 추억이 있어요. 그 때 저는 글씨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홍콩에 갔을 때 사람들이 제가 명함을 쓰는 모습을 보고서는 전에 저를 만난 적이 있다고 얘길 해 줘서 깜짝 놀라기도 했었어요. 외국인들은 저를 통해 한글에 관심이 생기는 거죠. 저 때문에 한글을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저와 한국어로 얘기하고 싶어서 한국어공부를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뻐요.

기자: 요즘은 어떤 꿈들을 꾸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최루시아: 요즘 제가 쓰는 획들이 우리나라를 지나 세계를 여행하고 우주로 나가는 그런 상상들을 해요. 여러 나라에 제 글씨가 가 있고, 그 글씨들이 항상 저를 부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활동하면서, 한글 서예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고 어떠한 형태가 될지는 모르지만 공연으로도 선보이고 싶어요.

 

한글 서예가, 최루시아 선생님은 그동안 이렇게 국내에서 한글 서예를 널리 알리며 활동하고 있으십니다. 앞으로도 펼쳐질 멋글씨 전시와 공연에 찾아가 그녀의 예술적 기운을 느끼며 우리나라의 멋글씨의 생생한 흐름을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